2019 ORO를 돌아보다



2019 ORO를 돌아보다

소농과 스몰로스터의 상생을 그리는 대회
 
Reporter 이경선(Caffe Gather 대표)

다시, ORO!
2018년 ORO는 오로에 참석했던 Santabarbara의 커피농부들과 많은 국제 심판관들에게 커피산업에서의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대회를 마치고 옥션 후 빈이 도착할 때까지 기분 좋은 떨림의 시간을 보냈다. 훌링을 마치고 도착한 빈들은 ‘현장에서의 느낌과 차이가 있지는 않을까?’라는 소심한 불안을 일순간에 해소시키고 무한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때마침 한국에 도착했을 때가 서울에서 커피박람회가 열리기 일주일 전이었기에, 첫 시음을 박람회 방문객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준비한 커피가 전시회 첫날에 동이 난 것을 시작으로, 그렇게 ORO는 한국의 스몰로스터들과 그들의 고객들에게 기쁨을 주었다.
 


ORO GROUP(USA) 온두라스에 ORO를 심은 SHERRY M JHONES(Wholecup Coffee Consultant) E.Z Yon(LAB Coffee College연응주 학장)는 2018년 성공적인 오로 대회 이후, 오로의 지속가능성을 확 신하고 ORO GROUP(USA)을 조직했다. 단연 그 중심에는 스몰 커피농부가 있었다.
수 년전부터 커피산업에 있어서 ‘그린빈 공정무역’은 대단히 매력적인 화두였다. 하지만 여러 타입의 공정무역을 통해 유통된 커 피라 하더라도 이면을 살펴보면 커피농가의 실익 측면에서는 별 개의 현실이 존재한다. 2019년 6월 20일 현재, 뉴욕 C마켓 가격 은 파운드당 98.43센트로 1달러가 되지 않는다. 또한 공정무역협 회, 협동조합 등 거쳐야 하는 중간과정들로 인해 농부들은 파운 드당 50센트 내외의 금액을 취하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농사로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수익을 충분히 얻는다고 자신있게 단언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비해 2018 오로 대회의 옥션을 통해 농부들이 받은 커피가 격은 지금까지 그들의 판매수익보다 훨씬 높은 수준(본선에 오른 Top50이내는 파운드당 최소 2.5달러 이상 상위권은 10달러대까 지)이었고, Santabarbara 농가들과 온두라스의 다른 지역의 조 합과 농부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됐다. 그 결과, 2019년 에는 오코테페케(Ocotepeque)와 산타바르바라(Santabarbara) 두 지역에서 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오코테페케의 커피 맛도 궁금했지만, 무엇보다도 오로가 자리 잡아가는 과정이 경이로웠고, 이 과정을 스몰농부들과 함께 하 고 싶은 마음에 무리하여 두 대회 모두 참석했다. 놀랍게도 한국 팀에서는 작년에 참석했던 심사위원들 중, 단 한분을 빼고는 대 부분 다시 참석했고, 러시아, 독일, 미국 등 세계의 국제심판관 들 역시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재참여했다. 이것은 온두라 스의 스몰농부들과 관계를 유지하여 앞으로도 좋은 품질의 커 피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하고자하는 것으로, 'Sustainable coffee'(지속 가능한 커피)의 시작이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행복을 추구하는 상생의 다이렉트 트레이딩으로써 새로운 장을 열어가기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ORO DE OCOTEPEQUE 첫 대회를 개최하는 Ocotepeque의 경우, 지역별 협동 조합들의 홍보 덕분인지 조합 회원들이 대거 출전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총 120여 개의 커피들이 출품됐고, 대회 총 감독인 Sherri의 지휘하에 National 50개의 커피가 예선을 통과하여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 Santabarbara와 비슷하게 온두라스 자체 개발품종인 Lempira, IHCAPE90, 그리고 Parainema 포함하여, Catimor, Pacas, Catuai 등과 자체 품종을 블렌딩 한 품종들이 출품되었다. 전체적으로 사탕수수 추출액을 입에 머금은 듯 한 단맛과 균형 잡힌 Complexity와 Clean한 후미를 자랑했다. 대회 마지막 날, 센트럴 광장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는 농부들과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10위부터 1위까지의 감격적인 발표가 있었고, 발표가 끝남과 동시에 마치 폭죽이 터지듯 폭우가 쏟아졌다. 야외 시상식장은 빗소리, 천둥소리에 휘감겨 감격적인 분위기는 배가 됐고,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인생의 한 장면이 되기에 충분했다.
옥션 마당은 마을 축제 자리를 옮긴 옥션에는 조합마다 큰 대야와 바구니에 전통 특식들을 준비해 모였으며, 동네 사람들 모두가 모여 음식 접시를 들고 다니며 즐기는 모습이었다. 장내 사회자는 On site옥션으로 진행되는 Top 10의 실시간 경매가를 마이크로 알려주며 대중을 환호시켰고, 예상치 못한 높은 가격에 감격의 눈물을 보이는 농부들, 서로 축하해주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구매가 결정된 Lot의 농부와 커퍼는 농부의 노고에 감사하며 감격을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10위 밖 커피들의 Silent 옥션이 진행되는 동안 경매장 한 켠에서는 Sherri의 리드로 계약서를 쓰고 있었고, 아이들은 마치 놀이터인 양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말 그대로 마을 축제였다.
 


On-site옥션
오픈공간에서 lot번호가 적힌 종이에 응찰자가 가격과 이름을 제한된 시간 내에 기록, 가장 높은가격을 쓴 사람이 입찰하는 방식
*Silent옥션: lot번호와 이름, 가격을 적은 종이를 접어 블라인드 박스에 넣는 방식
 

 
오코테페케의 커피마을은 해발 1350m이상 높이 올라간 뒤에야 만날 수 있었다. 구름 속에 소담하게 자리잡은 동화책 속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최종 스코어 90.18을 받아 1등을 한 Finca Arimel 농장이 있는 산은 천연기념물인 새의 보호지로 지정될 정도로 산세가 수려했다. 마치 천연냉장고에 들어온 듯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를 느낄 수 있었고, 역시 좋은 땅에서 맛있는 커피가 날 수 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100년이상 대를 이어 커피농사를 지어온 농가로서 커피로 와인을 만들고, 커피체리를 말려 차로 우려내며, 슈가케인으로 커피과 육을 절임하여 커피 잼으로 만들어 먹는 등, 커피의 일부분도 버리지 않고 완벽하게 즐기는 모습이었다. 오코테페케의 대표적인 조합, Cocafelol은 커피의 재배에서 수확, 공정, 그 이후까지의 일련의 과정에 대해 연구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커피생산의 전 과정에 걸쳐 공정과정의 부산물들로 에너지를 만들거나,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야말로 커피를 이용한 친환경 Recycling이 과학적이고 효과적으로 구현되고 있었으며, 이러한 노력들은 커피의 품질향상뿐만 아니라 친환경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ORO DE SANTABARBARA
오코테페케의 일정이 마무리되고 E.Z Yon과 필자는 산타바르바라의 내셔널라운드를 준비하기 위해 온두라스의 북쪽으로 이동했다. 시청 앞 광장에 위치한 중앙문화홀, 무려 180개의 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도착과 동시에 현지 로스팅 팀인 William A Orellana, kellyn Enamorado와 함께 밤 늦도록 로스팅 작업에 돌입하였다.
다음날부터 막을 올린 National 라운드심사에는 온두라스 국내의 저명한 커퍼와 커피전문가들 10명이 참여했다. 내가 로스팅 팀과 호흡을 맞추는 동안, Nineth Munguia를 중심으로 현장 팀과 내셔널 심판관들은 E.Z YON의 지휘하에 180개의 커피를 커핑하는 작업을 나흘동안 이어나갔다. 180개의 출전커피를 기간내에 로스팅하고 커핑하는 작업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로스팅은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이어졌고 커핑 역시 동시에 진행되면서 현지 준비팀, 로스팅 팀, 커핑 팀이 혼연일체가 되어 나흘간의 내셔널라운드를 완수할 수 있었다.
 


한국, 독일, 러시아, 미국, 캐나다, 타이완, 코스타리카, 홍콩, 과테말라의 국제심판관들이 속속 도착하고 Sherri의 지휘로 대망의 International 라운드 커핑이 시작되었다. 산타바르바라의 빈은 전체적으로 lot size가 적었으며 역시 2018 오로 대회를 치뤘던 곳인 만큼 커핑노트가 화려했다. Fragrance부터 시작된 화려한 꽃과 과일향의 진동은 달콤하고 꽉 찬 Mouthfeel로 완성되었으며 후미가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멋진 커피들이었다.  Top 25내에서는 90점 이상의 스코어가 터져 나와 국제 커퍼들의 환성을 얻어내기도 했다.
 
TOP10의 발표와 시상식은 협동조합원, 농부, 농장의 가족들 그리고 국제심판관, 현지 오로팀까지 함께 모여 어우러진 감격적인 축제의 시간이었으며, 이어진 10위권 내의 ON-SITE옥션에서는 커퍼들간의 신경전을 벌이며, 펼쳐진 오로커피쟁탈전이 흥미진진했다. 그 열기에 이어 마침내 50위까지의 커피가 모두 100% 판매완료됨으로 오로의 대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지속가능한 커피로서의 ORO PROGRAM
일정 마지막날, Montana verde의 깊은 산속에 위치한 협동조합을 방문하여 프로세싱 설비들과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작업들을 듣고 보았다. 2019 Orode Santabarbara에서 5위를 차지한 EL VARBOLAN농장은 4륜구동 자동차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높고 험한 산속에 자리잡고 있어 마치 하늘 지붕에 오른 느낌이었다.
삼대를 이은 젊은 농부는 최근 새로이 영역을 넓혀 심어 논 커피나무들을 일일이 보여주며 올해의 수확량은 적었지만  내년에는 10배이상 늘어날 것임을 강조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을 함께 약속했다.
뒤이어 방문한 4th 위너커피 엘도라도의 Losquetzales 농장 역시 대를 잇는 커피농부집안으로 자체 프로세싱시설을 잘 갖추고 있었으며 농장은 산속의 산에 있었다. 마치 터널같은, 머리끝이 보이지 않는 키큰 나무숲으로 들어가니 영화 아바타를 연상케 할 정도의 신비스러운 산세가 나타나고 커피나무들이 계단식으로 산 위까지 잘 정돈되어 심어져 있었다. 거기다 중턱 어디선가에서 작업하는 농부들의 노동요가 아련히 들려와 감탄을 자아내게했다. 당연히 달고 깨끗한 커피가 나올 수밖에 없음을 직감했다.
 


TOP 10에 든 대부분의 농장들은 자체 프로세싱 시설을 갖추고 있었는데, 세라믹으로 마감한 washing bath는 물론, 비닐하우스형태의 지붕을 갖춘 아프리칸 베드가 조성이 되어있었다. 특히 온두라스의 기후는 건기,우기가 뚜렷하지 않아 Honyed bean은 자체시설에서 섬세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그 외 자체설비가 없는 경우는 지역 조합의 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하며 수확 이후의 과정에 심혈을 기울여 관리하고 있었다.
온두라스 내에서도 가장 많은 생산량을 자랑하는 산타바르바라, 그 커피재배최적의 환경 조건에 농가나 지역조합들의 연구 개발 작업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커피품질은 향상되어가는 것이다.
 
이렇듯 산지 농가들의 과학적이고 구체적이며 세심한 연구노력의 결과들은 결국 오로 프로그램으로 직결된다. ORO program의 중심적인 가치와 목적인, 커피 산지의 소농과 커피소비국의 스몰 로스터와의 이윤을 넘어선 가치로서 상생을 현실화 시켜줄 뿐만 아니라 커피 품질의 향상과 오로 그룹의 성장, 나아가 세계커피산업의 구조에도 긍정적 비전을 제시해 나가는 모범이 될것임에 분명하다.
 


한가지 더 주묵할 만한 것은 작년 ORO커피들에 대한 인식과 가치이다. 이번 경우, 작년 ORO에 올랐던 커피들 중에 본선에 오르지 못한 커피들도 있었지만 인터내셔널커퍼들과 심지어 온두라스 국내의 커피인들에게도 그 가치는 이미 인정받아 Silent옥션을 통해서도 파운드당 4~6불까지의 높은 가격에 판매되었고, 옥션 밖에서도 조합을 통하거나 개별적으로 접촉하여 재구매가 이루어졌다.이러한 현상은 결국 ORO 프로그램이 지속가능한 커피에의 프로그램으로써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실증인 것이다.
 
2019년, Ocotepeque와 Santabarbara 두 곳에서의 대회가 기획되고 진행되는 동안 글로 옮기지 못한 크고 작은 어려움들도 있었다. 하지만, 커피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큰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오로 그룹, Sherri와 E.Z Yon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삐뚤어진 잡음들을 일시에 불식시키고 첫 해보다 더 많은 농부들의 참여를 끌어내었다. 그리고 두 지역의 ORO커피가 모두 100% 판매 완료되는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여러가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ORO에 희망을 갖고 있는 농부들, 그리고 뒤돌아보거나 물러서지않고 오직 ORO 프로그램의 가치에 집중을 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이룩해 낸 Sherri M. Jhons와 E.Z Yon에게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 특히 이름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두 지역의 오로 진행에 땀 흘리고 발로 뛰어 준 현지 오로 팀에게도 마음 깊이 감사를 전하고 싶다. 커피를 중심으로 세계 커피인이 하나가 되는 감동에 함께 행복했으며 이것이 커피를 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임을 자랑으로 여기며 다음 오로를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