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de | Cacao 카카오의 발효와 건조 (2)

타와우 김창용의 카카오 파헤치기 (6)
카카오의 발효와 건조 (2)
Reporter 김창용(말레이시아 미줄라 코코 기술이사/eddietawau@gmail.com)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같은 국가들은 카카오 관련 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그러다 보니 정부 주도의 기관이 카카오의 생산 및 수출에 이르는 전반적인 과정을 통제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관들이 자국 농민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는 기업(특히 다국적 기업) 친화적이라는 점이다. 카카오 빈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카카오 구매 대금 지급을 미루거나 미지급해 종종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부조리의 또 다른 피해자는 선량한 구매자와 소비자들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카카오의 등급 판정은 국가 기관의 몫이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이뤄지는 등급 판정이라는 것이 엄격한 기준에 의한 제대로 된 판정이 아닌 요식행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아래 사진 참조)



비근한 예로 국내에서 1등급이라고 소개되는 빈들만 봐도 실제로는 중량 대비 60~70% 정도밖에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1등급 빈은 결점두(defected bean, 불량 빈)가 3%를 넘어서는 안된다. 현장에서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다 보니 생산자, 중간상, 제조자 그리고 유통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와 불신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 현재 카카오와 초콜릿 산업의 실상이다.

등급 판정 - 기준과 장비
카카오 빈 등급 판정은 전 세계가 동일하게 62.5kg의 황마 자루에 담긴 카카오 빈을 기준으로 한다. 대개 협동조합 내지는 마을 단위로 수매 날짜에 맞춰 정부 기관에서 진행하나 때로는 전문 대행 기관이나 해외로 카카오 빈을 수출하는 업체가 대신하기도 한다.



등급 판정은 위 도표의 순서대로 진행을 하게 되는데 보통은 대륙별, 국가별로 자국에 맞는 등급 판정 기준과 매뉴얼이 있어 이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수분 측정, 빈의 곰팡이 유무 정도만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등급 판정을 위해서는 일단 상태별 빈의 정의와 구분, 장비, 그리고 등급 판정 방법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아래 도표는 빈의 상태, 특히 등급 판정의 기준이 되는 결점두를 구분해 놓은 것이다. 이 중 특히 탄내가 나거나 곰팡이, 혹은 상한 빈(붉은색)의 유무는 1등급 빈을 가름하는 1차적인 기준이라 하겠다.



등급 판정을 위해서는 아래 사진에서 보듯 다양한 장비들이 동원된다. 빈의 내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빈 커터기와 수분 측정 장비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들이다.



등급 판정 - 방법
카카오 빈이 도착하면 제일 먼저 육안으로 검사를 하게 된다. 육안 검사는 생산자 혹은 수출업자의 이름 내지는 농장이나 회사명, 생산지역, 최종 목적지, 중량, 로트 넘버 등 카카오 빈 자루에 표기된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다. 특히 수출을 위한 등급 판정의 경우에는 앞에서 언급한 내용이 모두 자루에 표기돼 있어야 한다. 그 후에 카카오 빈 자루와 포장 상태를 점검하게 된다. 원칙적으로는 모든 종류의 건조 빈은 폴리에틸렌(PE)과 황마 포대를 이용한 이중 포장을 해야 한다. 이는 비단 카카오뿐만 아니라 커피도 마찬가지다. 또한 박음질이 잘되었는지도 확인하게 된다. (아래 사진 참조)




표시 사항과 포장 상태의 확인이 끝나면 다음 순서는 총중량과 순중량의 측정이다. 카카오 빈은 전 세계적으로 포대당 62.5kg의 순 중량을 기준으로 한다. 그래서 1톤, 즉 수출용 팔레트에 16포대(4단)를 적재한 것이 수출입의 최소 단위이자 기준이다.
무게 측정이 끝나면 이제 본격적인 빈의 등급 판정에 돌입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과정이 육안 검사에 불과했다면 이제부터는 각종 장비들이 동원된다. 우선 등급 판정을 위해서는 카카오 자루에서 측정용 샘플 빈을 채취해야 한다. 샘플 채취는 아래 그림처럼 임의로 선정한 카카오 빈 포대에서 3군데에 걸쳐 진행한다. 이때 최소한 포대 내부 중심 25cm 이내의 깊숙한 곳에서 빈을 채취하는 것이 좋다.



보통 등급 판정을 위해서는 1kg 내외의 빈 샘플이 필요하다. 이렇게 채취한 빈은 다시 한번 임의대로 섞은 후 분리하게 된다. 우선은 등급 판정용과 보관용으로 나눈 후, 이 중 등급 판정용은 아래 사진처럼 기구를 이용 4등분을 하게 된다. 정리하면 1kg의 샘플을 채취 이중 절반은 보관용으로 남겨 두고 나머지 샘플 빈을 다시 한번 4등분하는 것이다. (아래 사진 참조)



빈 채취와 분리 과정까지의 단계가 마무리되면 이제 본격적으로 등급 판정을 위한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등급 판정을 위한 분석의 제 1단계는 향미 측정과 더불어 각종 결점두의 함량 계산이다. 향미 측정은 이취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로 탄내나 곰팡이 혹은 버섯향이 나는 경우에는 정밀 측정을 해야 한다. 

이는 차후에 빈 커팅 테스트를 통해 보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결점두의 측정은 전체 빈(W)에서 부서지거나 빈끼리 붙어 있는 빈들(W1)의 숫자와 무게를 확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샘플 빈의 중량이 317g이고 이 중 5g의 결점두가 있었다고 한다면 공식과 계산은 다음과 같다.



위 사진에서 보듯 테스트용 빈을 4 등분(그룹) 했으므로 각 샘플의 결점두 비율을 측정한 후 이를 합산해서 최종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결점두의 확인 후에는 각 샘플별 빈의 무게를 측정하게 된다. 만일 한 샘플에서 총 빈의 갯수가 243개이고 무게가 238g이라고 한다면 계산은 아래와 같다. 



결점두와 마찬가지로 4개의 샘플을 각각 측정한 평균을 계산하면 된다.



결점두의 측정은 그러나 여전히 절반의 과정에 불과하다. 빈의 크기가 전부 다르고 껍질에 둘러싸여 있는 카카오 빈은 최종적으로 커팅 테스트를 해봐야 좀 더 정확하게 등급 판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팅 테스트는 상하거나(slaty) 곰팡이가 핀(mouldy) 빈을 확인하는데 필요할 뿐만 아니라 빈의 발효 정도를 가늠하는데도 필수적이다.



커팅 테스트는 기본적으로 100개의 카카오 빈을 반으로 갈라 그 내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일일이 전정가위나 칼을 이용해 작업을 했으나 최근에는 위 사진에서 보듯이 빈 커터기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단계는 빈 내부의 곰팡이, 벌레 그리고 상한 정도는 물론 적절한 발효 빈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도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다. 국제적으로는 70% 이상의 잘 발효 건조된 갈색 빈(fully brown, FB)을 1등급 빈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나 실제로는 45% 이상이면 대체로 용인하는 편이다.



빈 커팅 테스트까지 끝나게 되면 사실상 카카오 빈의 등급 판정은 마무리 단계다. 이취 여부, 결점두, 무게 그리고 빈 내부의 상태까지 확인했기 때문이다.
등급 판정의 마무리는 수분 측정이다. 카카오 빈 생산 국가들이 적도를 중심으로 한 열대 지역인데 비해 카카오 가공 국가들은 온대 지방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장시간의 운송 및 보관을 고려해 볼 때 빈의 수분 정도가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됨은 자명한 사실이다. 수분 측정을 위해서는 먼저 샘플 빈을 다시 한번 임의대로 선택 껍질을 벗겨 준다. 간혹 수분 측정을 껍질 채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러나 이는 카카오 생산 현장에서 임의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잘못된 방법이다. 등급 판정을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껍질을 벗겨 이를 그라인더에 잘 갈아 측정해야 한다.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대부분 국가들은 수분 함량의 기준이 8%인데 비해 아시아의 경우는 7.5%로 좀 더 까다롭다. 수분 함량 기준은 최근 들어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다.

위 내용은 말레이시아 카카오위원회의 등급 판정을 위한 기준을 다시 한번 정리한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이 기준에 따라 적절하게 각 단계별로 측정을 한 후 이를 취합해 최종 등급 판정을 하고 있다.

카카오 빈의 보관
카카오 빈은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순 중량 62.5kg을 폴리에틸렌과 황마로 된 이중 자루에 담아 보관하게 된다.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통풍이 잘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되 벌레나 해충, 조류 등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시설이어야 한다. 카카오 빈은 대개 가공 국가로의 수출까지 6개월 정도 기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카카오 빈의 적절한 보관 기간과 조건에 대한 기준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사실상 정확한 수확 시기나 생산 연도를 확인하기 힘든 빈들이 유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으로는 초콜릿 자체가 가공 생산품이다 보니 대부분의 제조 업체들 또한 원료인 카카오 빈의 상태나 정확한 등급보다는 가격 변동에 더 민감한 편이다.

다음 편에는 최근 5년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빈투바 초콜릿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