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우승자 전주연



작지만 강했다, 당차고 당당했다

2019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우승자 전주연

Reporter 길성용(스페셜티커피학원 대표)

한국인 바리스타 전주연(35)이 지난 4월 15일(한국 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스페셜티커피엑스포 부대행사로 열린 월드커피이벤트(WCE)의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부문 결승전에서 미국과 유럽 바리스타 54명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WCE에서는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과 월드라떼아트챔피언십, 월드브루잉챔피언십, 월드커피인굿스피릿챔피언십, 월드체즈베이브릭챔피언십, 월드로스팅챔피언십 등의 공식대회를 진행한다. 전주연은 WCE의 공식대회에서 한국선수로서는 3번째로 정상에 올랐다. 여러 이벤트의 메인대회인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 우승은 한국인 최초다. WCE에서는 2012년 배진설이 월드체즈베이브릭챔피언 십(터키식 커피)에서 우승한데 이어 2016년 월드라떼아트챔피언십에서 엄성진이 정상을 밟았다.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은 에스프레소커피 4잔을 추출하여 향(Aroma)이 어떤지, 풍미(Flavor)가 풍부한지, 상큼한 과일의 신맛처럼 밝고 기분 좋은 신맛(Acidity)이 나는지, 다크초콜릿 같은 깔끔한 쓴맛(bitter)인지, 뒷맛(Aftertaste)의 여운이 좋게 이어지는지 등을 평가한다. 여기에 4잔의 커피에 우유를 섞는 베리에이션부문, 4잔의 창작 메뉴 등 총 12잔의 커피를 15분 내에 자세한 설명과 함께 시연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주연은 예선전과 준결승을 1위로 진출하고, 마지막 선수로 결승전을 깔끔하게 마침으로써 일찌감치 우승을 예약했다. 이번에 전주연이 사용한 커피는 콜롬비아의 내추럴커피로 향과 단맛, 과일의 산미 조화가 매우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블랙베리, 블루베리, 살구의 향미가 뛰어나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승에 오른 서양 선수들 사이에 선 그녀는 작고 가냘펐다. 하지만 목소리는 자신감에 차 있었고, 액션은 명쾌하고 당당했다. 심사위원들은 물론, 수많은 관객들이 그녀의 당찬 시연과정에 빨려들었고, 함께 호흡하며 퍼포먼스를 즐겼다. 전주연은 수상소감에서 "지난해에는 첫 출전이라 심리적 부담이 커서 실수를 많이 했는데 올해는 두 번째 출전이라 편안하게 시연을 했고 실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또 "심사위원을 매장을 찾은 손님 이라 생각하고 내 감정을 전하는 시연을 했다"고 밝히고, "한국에서 스트리밍 중계를 보며 응원해 주신 한국 팬들께 감사드리며, 이곳에서 열렬히 응원해 주신 관람객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모모스커피 '콩바리스타'에서 WBC챔피언으로 등극한 전주연이 직접 들려준 우승소감과 그간의 준비과정 이야기다.


한국을 1위에 랭크할 수 있어 가슴 벅차고 매우 영광스럽다. 아직 꿈만 같고 믿어지지 않는다.
한국 스페셜티커피시장의 수준과 규모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쳐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제값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번 결과가 한국의 스페셜티커피시장과 커피의 도시 부산의 위상을 알리고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행복하다. 모두가 알다시피, 무대에서는 한 명의 바리스타만이 빛을 받지만, 그 뒤에는 그 무대와 시연을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다. 이번 결과는 WBC를 알게 된 지 딱 10년만에 일어난 일이다. 그동안 8번의 국내대회를 준비했고, WBC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참여했다. 그런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 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을 것이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 



WBC 무대에 서기 위해 10년을 준비해 왔다. 나의 커피인생에서 처음으로 세운 목표인 만큼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까지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사실 그 과정을 모두 설명하기가 쉽지는 않다.
나의 코치 페데리코를 만난 것은 2014년 국내대회를 준비하면서였다. 그 때 우리는 같은 꿈을 꾸었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월드바리스타챔피언이 되는 것, 그리고 페데리코는 나를 월드바리스타챔피언으로 만드는 것! 우리는 이런 목표를 위해 국가대표선발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나는 그 해 우승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의 첫 도전은 실패로 끝났고, 연락이 점점 뜸해졌었다. 이후 국내대회에서 센서리저지로 참여하게 됐다. 나는 왜 우승을 하지 못하는가 알고 싶었다. 저지로서의 대회참여는 나에게 굉장한 경험을 선사했다. 그리고 룰에 의거 한 해의 대회를 거르고 다시 대회에 도전을 했고, 첫 우승트로피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WBC 코칭을 위해 망설임 없이 페데리코에게 연락을 했다. 우리가 함께 세운 목표가 있기에, 또 그것을 함께 실현해나가고 싶었기에 다른 코치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페데리코는 나의 생각을 잘 이해해주고, 또 그것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아낌없이 에너지를 쏟아주었다. 그는 단연 최고의 코치다. 

나의 첫 WBC 무대를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2018년 국가대표로 선발된 직후 곧바로 런던으로 떠나 두 달간 영어공부를 했다. 두 달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말 열심히 배웠고, 그 결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무대에서 보여지는 15분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각 나라의 바리스타들과 조금이라도 소통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싶었다. 그렇게 2018년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WBC에 섰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나의 실수로 인해 14위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영어공부를 이어나갔고,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다시 도전했다. 너무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WBC의 기억을 씻어내기 위해서였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연속해서 우승트로피를 얻게 되었다. 



이번 WBC 시연의 주제는 국내대회와 동일하게 '커피가 가지고 있는 탄수화물’이었다. 탄수화물이라는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에스프레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단맛과 바디인데, 탄수화물은 단맛에 직접적으로, 그리고 모든 향미와 질감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주성분이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에 대한 이해와 분석, 특히 창작음료에 사용한 커피의 다당류 추출은 부산에 위치하고 있는 부경대학교 식품공학과의 도움이 컸다.
커피가 가지고 있는 탄수화물을 설명하기 위해 선택한 커피는 콜롬비아 라팔마 엘투칸 농장의 시드라 품종이다.  대회에 사용할 커피를 찾기 위해 몇몇 농장들을 방문하던 중 라팔마농장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급하게 일정을 바꿔 들리게 되었는데, 이 농장의 떼루아와 기후, 토양, 프로세싱은 모두 탄수화물과 깊은 연관성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농장주인 펠리페와 세바스찬은 나에게 농장의 정보와 커피에 대한 정보들을 너무나도 상세하게 제공해 주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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