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마음, 2019 Oro Program의 명암



“당신은 농부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2019 Oro Program의 명암

Contributor E.Z.Yon (Los Angeles Coffee College 학장)

明暗(명암)
지면을 통해 밝힌 것처럼 오로 프로그램은 지역에 기반을 둔, 소규모 농가의 커피로 진행하는 커핑대회겸 현지 옥션이다. 이 대회를 통해 소규모 농가의 커피품질 향상 및 소득에 도움을 주어 소농들이 속한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오로 프로그램의 목표이자 철학이다.
2018년에 온두라스 유명 커피 산지인 산타바바라에서 처음 대회를 진행했고, 올해는 작년 대회 성공에 힘입어 산타바바라(Santa Barbara)와 오코테페케(Ocotepeque) 두 곳에서 대회를 진행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온두라스의 여러 커피농장을 방문하며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오로대회들의 준비사항을 점검함과 동시에 농부들과의 대화를 통해 개선점을 찾고 있다. 이번 농장 방문 및 농부들과의 만남은 오로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건 최근 커피 녹병으로 알려진 La Roya(로야)의 심각성이었다. 대회를 기대하고 있을 분들에게 좋은 부분만 알리고, 준비가 완벽하게 진행 중이라고 하기에는 현지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커피인으로서 느낀 바가 많기에 지면을 통해 이를 전하고자 한다.




처음에는 현지 파트너의 안내로 농장을 방문했다.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마지막 수확을 하는 중이었고, 나무의 상태도, 체리의 품질도 좋았다. 하늘조차 너무 맑았고 모든 것이 행복 그 자체였다. 다음 순간 무엇에 홀렸는지 나도 모르게 걷던 방향을 바꾸고 10분 정도 걸었고, 눈앞으로 거짓말처럼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졌다.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커피나무들을 보는 순간 ‘아! 로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야에 걸린 나무는 곰팡이 균이 커피잎들을 주황색으로 변하게 만들기 때문에 광합성을 할 수 없게 된 잎들이 떨어지게 되면서 가지만 남게 된다. 어쩌다 한두 그루가 로야를 앓고 있는 건 봤지만 농장 전체가 캘리포니아 조슈아 나무가 있는 사막처럼 변해버린 광경은 처음이라 놀라움을 감출 길이 없었다.
같이 있던 친구들에게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물으니, 본인들 생각으로는 올해 온두라스 전체 생산량이4 0%는 감소했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내가 산지를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한 2015~16년에도 로야로 인한 피해가 심각했고, 당시 과테말라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난 몇 년 간 상황이 자연스럽게 나아졌다고 생각해서인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하게 느껴졌다.




나는 ‘같은 산을 10분 정도 돌아왔을 뿐인데, 어떻게 정반대의 모습이 있는걸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이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소외된 소농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됐다’라는게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이었다. 실제로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도 좋은 정보와 교육을 받은 농부들의 농사는 로야에 효과적인 유기농 비료를 사용하고, 로야에 강한 품종으로 교체함으로써 계속해서 풍년이었고, 소외된 농부들은 그저 신의 뜻이라며 그저 체념하는 모습이었다.
이후, 농장을 방문할 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방문 마지막날, 농부들과의 Q&A를 위한 미팅을 가졌는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오로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농부들이 너무 고마웠다. 그들의 지지는 그들의 생계와 결부된 절박한 상황에서의 마지막 동아줄을 바라는 마음으로 느껴졌다.

雪上加霜(설상가상)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현상’이라는 말은 현대인이라면 익숙할 것이다. 엘리뇨와 라니뇨 현상에 대해서도 들어봤을텐데, 이 두 가지 자연 현상은 태평양 서쪽과 동쪽에서 정반대의 효과를 가지는데, 태평양의 동쪽에 위치한 온두라스는 현재 엘리뇨의 영향으로 굉장히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현지인들조차 이런 건조한 날씨는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나 또한 동의한다. 3~4월 중에 온두라스를 방문하면 항상 우리나라의 대구처럼 덥고 습한 날씨였는데, 지금은 내가 살고 있는 미국 남가주의 건조한 날씨와 아주 흡사하다. 이와 같은 건조한 날씨로 인해 곰팡이 균은 더 자유롭게 나무와 농장을 이동했고, 결국 로야 창궐이라는 경지까지 오게 됐다.
로야에 감염된 커피나무는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농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벌목하고 다시 나무를 심거나 새로운 순을 접붙이는 방법밖에 없다. 혹 자금에 여유가 있어 이런 조치를 하더라도 다시 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최소 기간인 3년 동안의 커피생산량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올해 생산량이 2017~18년 대비 40%감소라면, 로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가의 내년 커피생산량은 2018년 대비 100% 감소할 것이다.
진짜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C-price를 확인한 결과, 5월의 가격이 100.00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소농들이 조합이나 수출업자한테 받는 가격은 파운드당 $1도 안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3~5헥타르 정도의 농장을 가지고 있는 소농들이 수입없이 몇 년을 버텨야 하는 상황에서 가격마저 형편없으니, 설상가상에 병상첨병이라는 표현이 딱 맞지 않나 싶다.



農心(농심)
농장 방문 후 마지막날에는 농부들과 미팅을 가졌다. 오로 대회는 COE와 마찬가지로 샘플에서부터 수분을 측정해서 스페셜티 그린빈 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면 샘플을 받지 않는 것이 내부 규정이다. 그런데 많은 농부들이 수분이 적게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예년과 동일한 기간동안 건조를 했는지를 물었고, 대답은 ‘그렇다’였다. 건조한 날씨때문에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동안 건조했음에도 우리가 요구하는 9~11% 수준을 한참 밑도는 것이었다. 나는 원칙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순간 한 명의 농부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서둘러 다른 진행자가 끼어들어 회의를 잠시 중지했다. 내가 돌아온 뒤, 그 농부는 내게 “당신은 농부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고맙다”고 말했다. 그 다음 일은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될 것이라 생각한다.

2019 오로 프로그램
Oro Group은 4월 30일부터 5월 4일까지는 Oro de Ocotepeque(오로 데 오코테페케)를, 5월 14일부터 같은 달 17일까지는 Oro de Santa Barbara(오로 데 산타바바라)를 개최한다. 올해에는 작년에 참가했던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이 참석하며, 또한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페셜티커피 구매그룹인 커퍼스에서 참가할 예정이다. 커퍼스의 명성은 중남미 국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소식을 들은 소규모 농부들은 한층 고무된 모습이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Oro Group과 현지의 파트너들은 최선을 다해 이번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5월 행사를 잘 마무리하고, 좋은 결과로 다시 돌아오겠다. 대회의 성공과 어려움에 처한 온두라스 커피 농부들을 위한 응원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