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人 토크 (10) - 카페 피플 강호준 대표



커피人 토크 (10)

사람과 사람, 그 사이에 함께하는 
맑고 부드러운 커피 

카페 피플 강호준 대표 


Contributor 정기헌(카페일상 대표)

지난 2002년부터 여수시 소호동 바닷가 해안도로를 따라 자리하고 있는 카페 피플. 직화식 로스터기로 볶아 카라멜향이 기분 좋게 감도는 맑고 부드러운 커피를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카페 피플의 강호준 대표는 커피와 삶이 온전히 하나가 된 전형적인 커피인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주목하며, 그 사이에 피어나는 향긋한 커피를 만들고자 하는 그의 커피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봤다.

강호준 대표와 오랫동안 교류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여수에 꼭 한번 와야지 생각한 게 벌써 8년이나 됐다. 해안도로와 바다가 펼쳐진 멋진 곳에 ‘피플’이 자리잡고 있다. 커피와의 첫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됐나?
2005년 6월, 7년간의 장교생활을 마치고 전역을 했다. 이후 고향에서 1년간 안식년과 같은 충전의 시간을 갖던 중에 큰누님이 제안을 해온 거다. 커피를 함께 해보면 어떻겠냐고. 누님이 2002년 문을 연 카페가 지금의 피플이고, 당시 여수에는 에스프레소머신이 세 대 밖에 없었다. 그 중 한 대가 있는 곳이 바로 여기였다.   

군생활 중에도 커피를 즐겨 마셨는지?
6살 무렵 어머님이 원두커피를 즐겨 드신 게 기억난다. 나도 어려서부터 커피를 좋아했는데, 중학생 시절엔 자판기 커피를 마실 때에도 프림이 들어간 커피만 골라 마셨다. 군생활 중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에스프레소콘판나를 즐겼는데 진한 커피와 생크림의 조화가 아주 좋았다. 그래서 커피를 같이 하자는 누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기왕 하는 것 특별하게 하고 싶지 않나. 당시 여수에는 로스터리카페가 없었다.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욕심으로 2006년부터 로스팅을 시작하면서 커피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나중에 큰누님으로부터 매장을 인수해 지금까지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2006년이면 전국에 로스터리카페가 80여 곳도 안 될 때다. 
주변 사람들이 5kg 직화식 로스터기를 사겠다고 하니 놀라고, 가비양에서는 여수에 설치 한다고 하니 더 놀라더라. 

그때는 커피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 거의 없고 정보도 부족했다. 서울에서는 사람들이 교류라도 할 수 있었는데, 여수에서 어떻게 홀로 커피의 맛을 만들어 나갔는지 궁금하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매일 도전해야 했고, 테스트하는 모든 것들을 데이터로 정리했다. 2007년 일본 현지의 고노사에서 진행하는 배전기술사양성과정에서 몇 사람과 함께 공부할 기회가 생겼다. 교육은 인터뷰를 통해 초급, 중급, 고급 세가지 과정으로 나뉘었는데 서덕식 대표와 나는 고급과정을 들었다. 그때 풍부한 경험을 가진 분들과의 대화를 나누며 내가 하는 것들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건지 제대로 정리할 수 있었다.

고노사의 로스팅 교육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엇이었나?
로스팅을 할 때 불의 열량을 패턴으로 구분해서 나누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생두가 투입될 때의 온도와 열량을 변화시키는 시점을 투입량에 따라 세분화해서 로스팅 진행에 기준을 두는 거다. 이후 매장에서 직접 활용하는 것은 물론 로스팅수업을 할 때에도 이를 기준으로 설명했다. 

현재 로스팅하고 있는 싱글오리진 커피는 몇 가지인지?
싱글오리진은 8~10가지 정도를 사용한다. 주로 에티오피아 계열 커피와 브라질, 과테말라를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중미 커피는 시즌별 흥미가 생기는 커피를 선택해서 스페셜로 고객에게 소개한다. 

로스팅을 통해 발현하고 싶은 피플의 맛과 향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단맛이 풍부한 커피, 은은한 신맛이 따라오는 커피다.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면 쓰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나무에 달린 과일은 달고 신 것이 기본인데 왜 커피는 쓴맛이 많을까? 이 질문을 갖게 될 때부터 단맛과 신맛이 조화로운 커피를 만드는 게 목표가 됐다.

아주 진하고 농밀하며 강한 인상을 주는 커피를 만들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웃음). 커피에서 느껴지는 단맛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커피의 단맛을 인지하려면 우선 서버에 남아있는 향을 맡아보면 된다. 커피의 단맛은 설탕이나 사탕 같은 게 아니라 조청, 호박엿, 벌꿀 같은 것이다.



신맛은 어떻게 설명하는가?
사과와 청포도에서 느껴지는 신맛을 비유로 든다. 사과 껍질에 가까운 부분을 먹어보면 기분 좋은 신맛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단맛의 대명사인 파인애플도 좋은 신맛이 풍부하다. 레몬 같은 신맛은 커피에 부정적이다. 

개인적으로 커피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디라고 생각한다. 강대표는 바디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커피의 무게감만이 바디가 아니라 부드러움 또한 바디라고 이해해야 한다. 물을 먹고 쩝쩝거릴 때 느껴지는 것을 0이라 하면 우유는 5, 홍삼의 고는 10으로 보면 된다. 

커피로스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로스팅포인트는 주로 어느 정도로 잡고 있나?
대부분 1차 팝핑 종료 쯤이다. 생두에 따라 1차 팝핑이 끝나면 조금 끌 것 인지를 생각한다. 에스프레소블렌딩의 경우에는 2차 팝핑이 시작되면 불을 끄고 약 10초 정도 끌다가 배출한다.

로스팅 진행을 어떤 과정으로 하는지 궁금하다.
후지로얄 5kg 직화식 로스터기를 사용한다. 싱글을 볶을 때 사용하는 생두 양은 주로 1kg다. 로스팅은 드럼을 충분히 예열한 후 불을 끄고 내부온도가 120℃가 될 때 생두 1kg을 투입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불을 끄고 터닝포인트(시간으로 2분15초~30초, 빈의 온도 70~80℃)가 오면 첫 불을 주는데 0.3~3.2까지의 화력에서 0.8을 준다. 이후 빈의 온도 110~125℃에 수분이 날아간 듯 하얀빛이 돌면 빈이 열을 받을 준비가 된 시점이므로 화력을 1.2까지 높인다. 이후 145~150℃에 빈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외형이 쪼그라든 것을 확인하면 불을 1.6으로 높여 1차 팝핑까지 끌고 간다. 빈의 온도 174~178℃ 사이에 1차 팝핑이 오는데, 그 시점부터 빈의 온도가 10~12℃ 정도 올라가면 1차 팝핑이 거의 종료되고 그때 1.2로 화력을 낮춘다. 그리고 상태를 체크하다가 대부분 190~196℃ 사이에서 배출하고, 190~194℃에서 불을 꺼 10~15초 정도 더 진행하다 배출한다. 한 배치의 로스팅 시간은 13~15분 사이다. 

이때 배기의 개폐는 어떻게 진행하는지?
생두를 투입하고 댐퍼는 1/3을 개방해 그대로 유지한다. 1차 팝핑이 시작될 1/2 정도를 개방하고 최종까지 진행을 하는데 생두의 투입량에 따라 후반부에 3/4을 개방할 수도 있다. 

배치가 끝난 후 다음 번 투입 때 싱글오리진 생두 1kg를 투입하려면 중간에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 시간을 즐긴다. 2시간에 5회 정도 로스팅을 하는데, 그때만큼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니까 책을 보기도 하고 글로 여러 생각들을 메모하기도 한다.

피플에서 사용하고 있는 드리퍼는 무엇인가?
처음 핸드드립을 시작했을 때 사용한 드리퍼는 고노 제품이었다. 누님과 직원은 칼리타로 추출했고 나는 고노 드리퍼를 사용했다. 전남지역에서 고노로 멋진 커피를 추출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커피를 내렸다. 고노드립만 완성된다면 다른 추출도구는 수월하다.

매장에서 여러 가지 드리퍼를 사용한다면 이를 교육하는 동시에 퀄리티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피플의 맛과 향을 지키기 위해 직원들 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 
피플의 기본은 칼리타로 추출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고객이 찾아와서 특정한 맛을 원한다고 하면 직원들은 필요한 드리퍼를 선택해 커피의 양과 추출량을 스스로 결정하고 커피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직원이 이 수준에 도달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이는 운영상의 맹점이기도 하다. 핸드드립 교육을 시작하면 매일 아침 커피를 지정해 어떤 맛으로, 또 어떤 스타일로 추출하라고 주문하며 계속 다른 느낌의 커피를 만들도록 유도한다.  

핸드드립 추출 교육도 꽤 오랫동안 해왔는데 다양한 드리퍼의 활용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는지 궁금하다.  
우선 드리퍼의 형태를 잘 관찰하도록 요구한다. 드리퍼를 제작한 회사에서 제안하는 기본 스타일을 잘 이해한 뒤에 응용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멜리타 드리퍼는 물의 인풋과 아웃풋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벽면을 타고 물을 차분히 흘려서 커피에 물이 다 채워지면 침지와 여과의 상태가 동시에 만들어진다. 물이 다 빠질 때까지 천천히 기다리면 농밀하고 짙은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드리퍼다. 칼리타 드리퍼는 멜리타에 비해 좀 더 맑은 느낌의 커피를 만들어낸다. 불림을 하고나서 30초 정도 후 세번에 걸쳐 물을 붓고, 목표한 양의 커피가 내려지면 드리퍼를 내린다. 맑으면서 깔끔하지만, 날카로운 커피가 만들어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고노 드리퍼는 드리퍼의 센세이션이라 할 수 있다. 원추형 드리퍼의 중심에 점드립으로 방울방울 물을 떨어트려 커피를 적셔준 후, 나선형으로 바꿔서 원하는 양이 추출될 때 까지 멈추지 않고 추출한다. 멜리타와 마찬가지로 물의 인풋과 아웃풋의 밸런스를 맞춰줘야 한다. 이렇게만 추출한다면 아주 부드럽고 매끈한 질감의 커피가 만들어지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하리오 드리퍼는 고노의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리브를 더욱 적극적으로 넣어서 칼리타와 비슷한 느낌의 커피를 만들어낸다.

피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핸드드립 추출의 기본은 무엇인가?
커피 20g을 불린 후 3회에 걸쳐 300ml를 추출한다. 이 스타일로 고객에게 가장 많이 제공하는 편이다. 그리고 묵직한 커피를 낼 때에는 바디감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 30g의 커피로 120ml 정도를 여러번 나눠 커피를 추출한다. 

핸드드립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핸드드립은 마법이다. 내가 추출한 커피가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포만감만 주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 한 잔의 커피가 미학이 될 수도 있다. 나는 늘 피플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의 모습을 관찰한다. 손님들의 기분이 어떤지, 오늘 하루가 어땠을지를 추측해보고 지쳐보이는 손님에게는 응원이 될 수 있는 한 잔의 커피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한다. 핸드드립커피는 기계로 내리는 커피와 같을 수 없다. 매일 새로운, 그날의 최선의 커피를 만들어야 한다.



커피 블렌딩으로도 많은 결과물을 만들었을 것 같은데, 어떤 블렌딩을 선호하는지?
커피를 하는 도중 힘든 개인사로 인해 11개월 정도 커피를 내려놨던 때가 있다. 그때 문득 내가 만들 수 있는 커피의 최종점이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결론은 블렌딩커피라고 생각했다. 이후 안티구아, 예가체프, 브라질 옐로버번으로 ‘클래식’이라는 블렌딩을 만들었다. 바디감이 좋으면서 단맛과 신맛이 조화를 이루는 블렌딩이다. 어떤 커피 하나가 두드러지지 않고, 직화에서 만들어진 다크초콜릿향이 감돈다. 또 ‘사람들의 향기’라는 블렌딩을 소개하고 싶다. 계절의 인상이나 문학, 예술작품에서 받은 이미지를 커피를 통해 표현해보는 블렌딩이다. 각각의 커피에 향이 있는 것처럼 사람마다 사연이 있고 저마다의 향도 다르지 않나. 이런 걸 담아내고자 노력하는 블렌딩 커피가 바로 ‘사람들의 향기’다.   

커피로스팅을 하는 것이 커피인으로서의 최종 사명인가?
명함에 로스터 강호준이라고 적힌 만큼 로스팅은 내게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커피는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좋은 만남이 될 수 있도록 좋은 커피를 내놓는 것처럼, 사람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이 커피인의 최종이라 생각한다.

커피에 대한 깊은 생각을 놓지 않고 자신의 삶과 커피를 연계하고 있는 전형적인 커피인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갑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여수에 커피의 전체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커피타운을 만들고 싶다. 여러 채의 건물에서 커피로스팅, 교육, 추출 등을 구분해서 즐기고 배우며 커피에 어울리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 방문자들이 며칠간 머물고 휴식을 취하며 커피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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