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人 토크 (9) - 불을 다스리는 커피로스터 서덕식 대표



커피人 토크 (9)

커피는 결국 불과 물의 조화,
숯불로스팅으로 특별한 커피를 만든다.

불을 다스리는 커피로스터 서덕식 대표

Contributor 정기헌(카페일상 대표)

숯은 나무를 가마에 넣어서 구어 낸 재가 되기 전의 탄소 덩어리다. 사람은 2600년 전부터 숯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신라시대에는 숯으로 밥을 짓고 차를 끓여 마셨다. 또한 음식의 독소와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했는데, 숯이 본래의 역할을 하는 것은 불의 씨앗으로 쓰일 때다. 이 불이 커피와 만나면 특유의 향과 맛을 만들어 낸다. 오랜 시간 숯불을 관찰하며 열정적으로 커피를 로스팅한 서덕식 대표의 커피 이야기를 듣는다. 

‘카페상사’로 시작한 커피사업 
‘커피로스터 서덕식’ 그리고 ‘칼디 커피’란 이름은 많은 사람들이 홍대거리를 추억하는 커피명소다. 커피와 인연을 맺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 언제인가? 
1991년도에 ‘카페상사’란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커피도매업을 시작했다. ‘칼디’는 자뎅에서 함께 근무했던 박정수 사장과 함께 커피체인사업을 시작했을 때의 이름인데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 

홍대에서 커피하우스의 문을 연 것은 언제인가? 커피제조를 시작한 것도 홍대에서인가?
홍대에 오픈한 것은 97년이다. 예전에는 커피제조허가를 내기가 아주 까다로웠다. 실험실이 있어야 했고, 대학에서 식품학을 전공한 사람이 근무를 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그런 규제가 풀리고 자유롭게 커피를 볶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조용한 사직동에서 커피제조허가를 내서 시작한 뒤 홍대로 옮겼다. 신촌이 가깝고 대학가여서 커피와 어울리는 곳이었다.

장사가 아닌 사업으로 커피를 바라보고 시작했는데 당시의 상황은 어땠나?
그때는 물건을 공급하고 월말에 수금을 하러 다니던 구조였다. 유동자금은 가계수표와 어음을 발행하고 수표를 막지 못하면 부도가 나는 아슬아슬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사업적 재미도 있었지만 마냥 사업이 성장하지는 않았다. IMF땐 외상값을 갚지 못하는 거래처가 늘어났다. 그리고 현금이 없어 새로 물건을 구입하기 어려웠다. 사업은 영업력과 현실감각이 중요하고 현실에 맞는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고객에게 인정받는 커피를 만들어야
커피로스팅을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95년부터다. 후지로얄 1kg 직화식로스터기를 구매해서 일본에서 한국으로 직접 들고 들어왔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오래했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다. 커피를 볶을 때 매일 날씨와 상황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맛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에게 인정받는 커피를 볶을 수 있어야 한다. 

서덕식 대표의 강하고 진한 커피가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로스팅포인트는 예전에 비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스트롱한 커피를 꾸준히 좋아하는 고객이 있기 때문에 고수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예전에 비해 밝아지긴 했다. 

숯불을 사용하는 커피로스팅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 
반열풍로스터기로 만드는 커피가 현재는 트렌드다. 나도 반열풍로스터기가 있고 사용하고 있지만 직화식 로스터기에 숯불로 볶는 커피의 매력은 다르다. 가스불로는 전달되지않는 깊이가 있다. 붉은 빛이 돌지않는 아주 파란 불빛으로 커피를 볶는 것이다. 가스는 연소되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나오지만 숯은 가루를 먹어도 된다. 숯이 검으니 더럽다 느끼겠지만 금줄에 숯을 건 것도 숯의 정화 기능 때문이다. 

숯에도 여러 종류가 있을 것 같다. 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커피를 볶다 보면 좋은 생두를 자연스레 알아보듯이 숯도 시간이 지나면 구분이 된다. 나무의 재질에 따라 차이가 많은데 소나무는 탈 때 향이 좋지만 너무 빨리 연소되고, 추운지역에서 나는 참나무 숯이 화력이 좋다. 그리고 습기에 노출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어떤 영향으로 숯불로스팅을 하게 되었나? 
일본에서 숯불로 볶은 커피를 마셨는데 쓰고 진한 커피의 인상이 분명하다고 느껴졌다. 이것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커피를 마셔온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생활 속에 숯불을 꽤 많이 사용했지만 편리한 다른 도구들에 밀려 사라졌는데 일본의 숯 문화는 우리에게서 도자기가 전달된 이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조그만 화로에 고기를 구워 먹는다든지 할 때도 숯을 사용한다. 고기를 철판에 굽는 것과 숯불에 올려 불이 직접 닿게 해서 굽는 것에는 분명한 맛의 차이가 있다. 모든 음식이 그렇듯 커피를 숯불로 로스팅한 것은 맛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숯불배전은 호불호가 분명하다
숯불배전 커피로 만들어진 커피 맛의 가장 분명한 특징은 무엇인가? 
스모키함이다. 커피에서 느껴지는 스모키함은 호불호가 정확하게 나뉜다. 숯불배전커피의 맛을 즐긴다면 다른 커피는 심심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개인이 커피를 통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분명한 차별화가 가능하다. 



숯불로 로스팅을 할 때 시간은 얼마나 필요한가?
직화는 불을 강하게 하면 안 된다. 직화로만 로스팅할 때는 15~16분 정도, 숯불로스팅 시에는 20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숯불배전에서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불을 우습게 알고 장난을 한다면 큰일 나는 것이다. 물은 수마가 될 수 있고, 불은 화마로 바뀔 힘이 있다. 불을 잘 다스리되 무서워해야 한다. 원초적인 불의 씨앗은 숯이다. 석유나 가스로 불을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인류는 숯으로 불씨를 키워낸 것이다. 숯불을 사용할 때는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그날그날 바람의 상태, 습도는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환경의 변화가 로스팅 상태에 미묘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야 한다. 계절에 따라 어느 시간에 어떻게 로스팅 할지 판단하고 생각해야 한다. 마치 뱃사람이 내일의 날씨에 관심을 갖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커피로스팅이 그렇지만 특별한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많은 시행착오 후에 결과가 만들어진다. 사람이 과학이지 기계가 과학은 아니다. 우리가 직접 손으로 만들어 낸 다는 것은 가치가 있다. 우리는 수제 커피를 하고 있다. 손으로 하는 값어치를 지켜야 한다. 

커피 맛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커피는 쓴맛과 단맛의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 좋은 쓴맛이 표현되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사랑받는 커피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이탈리아 인들이 만들어 왔던 커피가 그렇다. 이탈리아 에스프레소의 쓴맛은 누구나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도록 발전해 왔다. 커피는 쓰고 진해야 한다. 설탕 한 스푼을 넣었을 때도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커피가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매력이다. 스타벅스를 생각해보면 강한 커피를 내세워 전 세계에 밀어 붙였다. 커피의 가장 중요한 맛을 분명히 전달한 것이다. 

이야기 주제를 커피로스팅에서 추출에 관한 것으로 바꿔보자. 핸드드립과 사이폰 추출에 오랫동안 집중해 오셨다. 두 가지 추출기구는 맛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핸드드립으로 어떤 드립퍼를 사용하고, 어떤 기법을 쓰는가보다 정확한 물의 온도, 사용하는 커피의 양, 로스팅 정도, 로스팅 날짜, 추출 타이밍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늘 어떤 맛이 담겨있는지 어떤 맛을 추출해 낼 것인지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핸드드립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사이폰 추출이다. 사이폰은 불을 가지고 추출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고, 핸드드립보다 맛이 더 솔직하게 표현된다. 

 

전문을 월간<커피앤티> 7월호(210호)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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