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bonic Maceration

- 우리시대의 커피장인 박이추, 그가 볼라벤고원으로 간 까닭은?



뜬금없이 낯선 프랑스 단어가 나와 놀라셨나요? 라오스를 포함한 북반구 커피재배지는 연말·연초가 커피 수확기이기 때문에 커피농장의 여러가지 커피가공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합니다. 또한 최근에 이런 와인 가공방법이 커피에 응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우리말로는 ‘탄산 침용법’으로 번역되는 카르보니크 마세라시옹은 프랑스 보졸레 누보 와인의 생산과정에서 과일향을 극대화하기 위한 발효방식입니다. 6개월 이상 장기간의 숙성 대신 5주 정도의 짧은 숙성기간을 거쳐 햇와인을 이른 시점에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가공법을 알게 된 것은 최근 콜롬비아의 수단루메라는 품종의 커피생두를 접하게 되면서입니다. ‘수단루메’는 수단 남쪽지방의 보마 고원(Boma Plateau) 지역에서 자라는 야생커피의 한 품종으로 콜롬비아 커피농장들이 이 품종을 재배하기 시작한 후 상업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이 품종이 많이 알려지게 된 것은 2015년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우승자인 샤샤 세스틱(Sasa Sestic)이 수단루메의 내추럴 가공커피 50%, 카르보니크 마세라시옹 가공커피 50%를 대회 출전용 커피로 사용하면서부터입니다.

그가 와인 제조 전문가로부터 익힌 기술을 커피 가공에 접목시켜 생산한 것입니다. 샤샤 세스틱은 2014년 콜롬비아 농장에서 수단루메커피를 접하고 좀더 훌륭한 커피를 얻기 위해 와인의 발효 방식을 농장주에게 제안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커피발효 저장고인 콘크리트 또는 타일 대신에 스테인레스 저장고에 파치먼트를 밀폐 저장한 후 이산화탄소를 주입, 커피 발효 시의 산소 접촉을 최소화하여 커피맛의 선명도(clarity)를 진하게 만들고, 과일향이 더 강조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샤샤 세스틱의 이러한 시도 이후에 2017년 월드바리스타챔피언쉽 대회에는 6명의 결승 진출자 중 2명이 이 가공방식의 커피를 대회에 가지고 나왔습니다.

카르보니크 마세라시옹 가공커피가 상업적인 커피 생두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커피맛과 향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가공방식으로 자리를 잡아가게 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커피앤티> 2월호(193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