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담의 <카페에서 만난 사람> ⑤ 변혁을 꿈꾸는 코모이도이 현진식 감독



이담의 <카페에서 만난 사람> ⑤

변혁을 꿈꾸는 코모이도이

현진식 감독

Contributor 이담 Photo 윤여경

다큐멘터리 <바람커피로드>의 감독 현진식이 새로운 음반을 들고 나타났다. 이번에는 원맨밴드 음악 프로젝트 밴드인 파울로시티의 두번째 정규앨범 <코모이도이 komoidoi>다. 제목이 많이 낯설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시학에 나온 단어인데 ‘인기가 없어서 마을 외곽을 전전하는 희극배우’라는 설명을 듣고 나니 조금은 고개가 끄덕여졌다. 현진식이라는 존재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가 아닐까?
그는 다양한 작업을 하는 창작 아티스트다. 필자가 주연으로 출연한 다큐멘터리 <바람커피로드>외에도 정신지체 기타리스트 김지희양의 이야기를 담은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를 완성시켜 그 힘들다는 다큐멘터리 극장 개봉까지 했다.(아직 바람커피로드는 극장에 걸리지 않았다) 몇 개의 영화 편집 작업도 했는데 지금은 고인이 된 이성규 감독의 <시바, 인생을 던져>로 본격적인 다큐멘터리 영화 편집 감독으로 인정을 받았고, 2014년 다큐멘터리 영화 사상 480만 관객을 동원해 지금도 독립영화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진모영 감독의<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편집 감독을 맡아서 다큐멘터리 편집 작업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현감독이 제일 먼저 한 것은 음악 분야다. 2009년 원맨밴드 프로젝트로 UHF 1집을 발매를 시작으로 꾸준히 음악 작업을 해 오고 있다. 2015년 파울로시티의 1집을 발매했고 몇 장의 싱글과 EP앨범을 발매했는데, 이번에 정규앨범 2집을 들고 나온 것이다. 영화와 음악, 사진 등으로 연결되는 다양한 창작 작업을 꾸준하게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현감독은 자기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을 하고 있을까?

“저보고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보면 다큐멘터리 감독이죠.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영화에서 만나게 되거든요. 그중에서 제일 오래 한 것은 음악하고 사진이 되겠죠. 음악은 이번 앨범으로 본다면 다섯 번째 앨범인데 작은 규모 EP를 빼고 정규앨범으로 본다면 이번이 두번 째 앨범이에요.”
그러고보니 영화에는 그가 하는 모든 것이 함께 들어있다. 그래서 종합 예술이라고 하는 것일터. 그렇다면 그는 과연 언제부터 영화에 꽂혔을까?

 

“너무 오래 전 일이라… 방금 한 말하고는 상반되는 이야기일 수 있는데 사진도 하고 음악도 하고 글도 쓰다 보니까 그 결과로 영화를 하게 됐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제주도 촌뜨기였거든요. 하고 싶은 것은 뭔가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어요. 음악을 위해서 누굴 만나야 하고 무엇을 배워야하는지 몰랐고, 영화도 마찬가지였어요. 영화를 하고 싶다는 것은 그저 막연한 꿈이었어요. 영화에 비하면 사진이나 음악은 문턱이 조금 낮은 편이죠.”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들고 스토리를 만들다 보면 영화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바람커피로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을 옆에서 지켜본 현감독은 특별히 시나리오 작업을 하거나 콘티를 짜지 않았다. 그냥 옆에서 같이 다니다가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시작했다.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들은 처음에는 카메라를 보고 긴장하지만 잠시 후면 현감독의 카메라를 잊어버리고 자연스럽게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런 장면들이 다큐멘터리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지금도 바람커피로드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것이 참 좋다. 촬영은 아무 계획없이 시작됐지만 완성된 결과물은 마치 탄탄한 시나리오 작업을 한 것 같다. 현감독의 머리속에는 거대한 칠판이 들어있음이 틀림없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름대로 세계관을 만들면서 놀았어요. 세계관이라는 단어가 좀 거창하기는 한데 스타워즈나 마블 유니버스같은 세계관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의 공상을 통해서 현실과는 조금 다른 세계를 만들면서 놀았던 것 같아요.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영화였죠. 어렸을 때부터 머리속에서 수십 편의 영화를 만들어보고 그걸 갖고 놀았어요. 물론 그때 상상하던 대부분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보고 비슷하게 만든 표절이었죠. 그렇게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만드는 것을 즐겼고, 지금까지 계속 되고 있어요.”
역시 현진식은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이었다. 상상력이 풍부해서 머리속에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면서 놀던 그의 놀이법이 지금까지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머리속은 별의별 이야기와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상력이란 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상상을 하고 그것을 구체화시키는 과정과 훈련이 필요하다. 어느 순간 상상을 그만두면 그때부터 상상하는 능력은 도태되어 점점 사라지고 현실적인 것만 남아있는 평범한 인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리라. 그의 상상력은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영화의 스토리를 구상하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음악도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고 그것을 현실화하는 방식이다.
“저는 음악을 솔직하게 만들지 않아요. 이게 어떤 의미냐면 내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이거든요. 음악에 내 개인적인 것을 담을 생각이 전혀 없어요. 처음에 UHF 시절에는 내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재미가 없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흥미가 있을 것 같지 않았어요. 이건 지금 다큐 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는 것하고도 연관이 되는데,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것이죠. 음악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내 깊은 곳의 자전적인 어떤 걸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사람, 사건을 노래로 만드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내 음악은 내 자신에게 솔직한 음악은 아니다라고 하는 거죠.”

 

그와 이야기를 하다보니 음악이 영화나 소설하고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자서전이 아닌 이상에는 영화나 소설 모두 새로운 이야기를 가상으로 만들어서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니까. 지금은 그와 자주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옆에서 보면 그렇게 티내지 않으면서도 다작을 하는 것이 참 대단하다. 조금 조용하다 싶으면 영화 편집 작업을 한 것이 영화제에 걸리고, 음반이 나오고, 사진 전시회 소식이 들려온다. 
“역설적이게도 저는 굉장히 게을러요. 제가 이야기하는 게으름이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룰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그 정도 여유를 확보해야 마음이 편하고 일할 때 동력이 생겨요. 그래서 일정을 잡을 때도 하루에 하나만 잡죠. 오늘도 지금 인터뷰 하나 밖에 없어요. 영화도 하고 음악도 하고 사진도 하지만, 하루에 한 가지씩만 해요. 영화를 하는 날은 영화만 하고, 음악을 하는 날은 음악만 하는 방식이죠. 여러가지를 하고는 있지만 하나씩 떼어놓고 생각해보면 다작은 아니에요. 음악만 봐도 이번이 정규앨범 두 번째에요. 사진은 이제서야 전시회 한 번만 한 거니까. 영화는 편집 작업만 몇 개 정도고, 직접 만든 영화는 두 편 밖에 안돼요. 그런데 저한테는 이게 딜레마에요. 여러가지를 같이 한다면 사람들이 ‘오~ 신기하네’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자체가 상품성을 만들어주지는 않는 것이죠. 어떤 것 하나라도 포기를 못해서 다 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하루에 하나의 일정만 잡는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집중해서 하나의 작업에 몰두한다. 이것이 현감독이 여러가지 분야를 아울러서 작업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아마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저한테는 시간이 제일 중요한 재산이에요. 친구를 많이 사귀거나 친구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죠.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만나는 걸 즐기지는 않아요. 혼자서 일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이번에 나온 파울로시티의 정규 2집 앨범 <코모이도이>가 궁금해졌다. 물론 인터뷰 하기 전에 음악을 몇 번 들어봤고 귀에 쏙 들어오는 새로운 느낌의 ‘꽃’과 같은 곡도 있었다. 음총명씨가 보컬을 맡았는데 바람커피로드 촬영을 하면서 몇 번 만나서 나도 친하게 지내는 싱어다. 목소리가 맑고 깨끗해서 파울로시티의 음악과 잘 어울릴까 했는데 아주 매력적인 곡이 뽑혔다. 이전 음반들이 주로 연주곡 중심이었는데, 이번에는 가사가 있는 곡들이 무려 6곡이나 있다는 것도 특이점.

“이번이 정규 앨범으로서는 두 번째에요. 그동안 파울로시티의 음악은 연주를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패턴의 조합이었죠. 그 작업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어요. 하지만 대중성하고는 담을 쌓은 음악이에요. 물론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주변에는 없는 것 같요. 또 첫번째 앨범인 레지스탕스 작업을 하면서 가사가 들어간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이번 앨범에 반영했어요. 레지스탕스는 표현하고 싶은 것이 굉장히 많았던 앨범이에요. 촛불시위부터 시작된 저항의 시간을 일종의 음악 다큐멘터리로 만들었죠. 그런데 가사가 없기 때문에 이를 표현하는 건 노래 제목밖에 없잖아요? 사람들이 듣기에는 그냥 사운드였던 거죠. 예를 하나 더 들자면 세월호 추모 앨범인 <옐로우>에 ‘1’이라는 곡이 있어요. 이 곡도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곡이죠. 세월호가 침몰하는 날 부모와 아이의 카톡 대화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때 엄마가 ‘너 괜찮아?’라고 물어보는데 그 1이라는 숫자가 사라지지 않잖아요. 이제 더이상 그 아이는 카톡 대화를 보지 못하고 1이라는 숫자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죠. 그걸 생각하면서 곡을 만들었지만 의미를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일까?
“앨범에 콘셉트를 따로 갖고 있지는 않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있어요. 1집은 ‘저항’을 주제로 했다면, 이번 앨범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앨범 제목인 <코모이도이>는 인기가 없어서 마을 외곽을 전전하는 비주류 예술가를 말해요. 책을 읽다가 코모이도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딱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죠. 이걸 현대적인 시선으로 확장한다면 경계에 있는 사람들, 비주류 경계인이라고 보고 여기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진 거예요.”
그러고보니 타이틀곡인 ‘꽃’도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좀 뒤틀어져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가 아니라 이름을 불러주든 말든 난 이미 꽃이었다고 선언을 하다니!

 

“이 곡은 15년 전에 만들어 놓았던 곡이에요. 하지만 그 이후에 생각도 많이 바뀌고 깨우친 것도 많아요. 특히 다큐를 하면서 겪은 변화가 많아요. 옛날 썼던 곡을 다시 만지작거리면서 중간에 새로운 소재를 넣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죠. 다들 아시겠지만 이 곡은 김춘 수 시인의 ‘꽃’을 모티브로 만들었어요. ‘네가 나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서 나는 꽃이 되었다’라고 말하죠. 굉장히 멋진 말이에요. 그런데 2020년에는 좀 해석을 다르게 해야 할 것 같아요. 누군가를 마음대로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힘이자 권력이에요. 네가 꽃이 될 수 있는 것도 내가 호명을 해야 하는 권력이죠. 호명을 얻기 위해서는 약자는 무던히도 애를 써야 하는 것이 현실이죠.”
그러고보니 위력에 의한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현감독이 말하는 ‘호명권리’와 비슷한 것 같다. 사회의 위계상 약자는 어쩔 수 없이 당하 고 깨지는 현실……
"‘네가 나의 이름을 부르든 말든, 꽃은 원래부터 꽃이었다. 나는 원래 부터 나였다’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는 곡이에요. 새로운 소절을 만들고 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꽃에 대입을 하니 딱 맞았죠. 그래서 곡의 중간에 새로운 소절이 들어가면서 지금의 꽃이 되었어요. 이번 앨범에 영향을 준 것은 김지혜 교수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책인데 나중에 콜라보로 뭔가 하고 싶을 정도에요.”

 
 
전문을 월간<커피앤티> 9월호(224호)에서 만나보세요!

리뷰&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