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 Tea ‘교육은 힘’이다, 현재진행형이다

티마스터를 향한 도전 (5)
‘교육은 힘’이다, 현재진행형이다
전 세계 차산지의 경험치를 품은 독일

Reporter 박은애 (티엘츠 대표)



인도 북부 다즐링과 네팔 지역에서 생산된 2018년 퍼스트 플러시(First Flush, 첫물차)를 오랫동안 기다려온 설렘은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간다. 우리 봄과 삶이 유난히 짧게 느껴지는 요즘처럼. 향기로운 꽃과 복숭아 계열의 과일향을 품은 그 귀한 햇차를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따뜻한 햇볕 아래서 마시는 호사를 누리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의 것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계절 변화에 따른 인지와 계획은 산지의 티생산시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자각했다. 지금쯤 인도 다즐링은 퍼스트 플러시가 끝나고 세컨드 플러시(Second Flush, 두물차)가 생산되는 시기다. 퍼스트 플러시보다 향미의 안정감이 높아진 두 번째 수확 시즌의 다즐링 홍차는 첫물차와는 또 다른 완벽한 매력을 안겨준다.

일반적으로 차산지에서 수입국으로 배송되는 방식은 해상운송이다. 약 45~60일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퍼스트 플러시의 섬세한 신선함을 전달하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독일의 명성 있는 티회사들은 값비싼 항공운송을 선택한다. ‘항공차’라고 이름을 붙여 마케팅으로도 활용한다. 일종의 시즌 한정 상품 같은 것이다. 보통의 티보다 30~40% 가격이 더 높지만 금세 Sold Out, 다 팔린다.
이처럼 우리가 티에 대한 대략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길라잡이가 티교육의 역할이었던 것 같다. 그것을 기본으로 현장과 산지 혹은 연구실에서의 경험들이 쌓여 세분된 다양한 영역의 티산업이 발전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독일 티소믈리에 교육과정은 전 세계 차산지의 경험치를 축적하고 있다. 홍차 최대 산지인 인도 다즐링, 아쌈 지역 각 다원의 상세한 특징과 중국, 일본, 스리랑카, 대만, 케냐, 인도네시아 등의 산지도 충실히 다룬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일본차에 대한 내용이다.
독일은 비산화차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 그래서 녹차를 중심으로 티를 생산하는 일본차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 같다. 독일사람들에게 녹차류는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티’라는 인식이 있는 것과 함께 일본의 국가 및 산업 이미지, 그리고 티세러모니와 그들의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해본다.
티강의를 하고 티하우스를 운영하는 ‘이리나’라는 독일 친구가 나를 위해 티클래스를 열어준 적이 있다. 그날 그녀가 준비한 것은 뜻밖에도 다양한 일본 녹차였다. 센차, 겐마이차, 쿠키차, 교쿠로 등이었는데,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차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 짧은 순간, 나는 일본차에 대한 그들의 인식을 생각했다. 아마도 일본이 오랫동안 발 빠르게 움직여 온 노력의 결실이 아닐까 하는 살짝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그녀가 어린 찻잎을 우린 후 그것을 버리지 않고 우리나라의 구운 김에 밥을 싸서 그 위에 찻잎을 넣어 먹는 기발한 방법을 보여줬다. 참으로 묘한 즐거운 순간이었다.
 


밤베르크에서 진행하는 티소믈리에 과정 중 세계 차산지 지도를 본 적이 있다. 당시 지도에는 우리나라 차산지가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나라, 특히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하동’은 유명한 차산지다. 또 유기농으로 차를 재배한다는 설명을 열심히 한 적이 있다. 티소믈리에 과정을 드는 모두가 매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금은 독일 메이저 티회사 두 곳이 한국 녹차를 상품으로 선보인다. 해외에서 그 나라 회사의 상품으로 소개되는 모습은 뿌듯함을 안겨준다.
독일은 연둣빛의 신선한 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백차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업시간에 맛보았던 중국 백호은침이나 백모단이 스트레이트 형태로도 있지만, 꽃이나 과일 조각, 허브류 등과 블렌딩되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인도 백차도 상품화됐고, 특히 다즐링 오카이티 다원의 백차는 형용할 수 없는 매력적인 향미를 지녔다. 중독성을 가질 만큼의 아주 강한 부드러움, 그리고 그 향기는 오히려 강력한 중독성을 유발한다고 해야 할까?
케냐의 차도 품질이 매우 좋다. 케냐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홍차를 생산한 첫 국가다. 1903년 영국인이 차 씨앗을 인도에서 가져와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후 1928년, 영국에 차를 수출했다고 한다. 지금은 인도에 이어 홍차 생산의 세계 2위를 차지한다. 케냐 홍차는 풍부하고 강한 아로마가 특징이며, 레몬향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특히 고도 약 1,500~2,100m인 케냐의 Great Rift Valley라는 지역의 동부와 서부의 기후와 토양은 차 재배에 아주 이상적이다. 대부분 CTC 방식으로 홍차를 제조하고,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소량만 생산해 주로 독일에 수출한다.
인도네시아에도 많은 섬에서 차가 재배된다. 특히 자바와 수마트라가 주요 지역이다. 인도네시아의 차는 타닌 성분이 적어 부드럽고 은은한 맛이 특징이다. 주로 전통적인 생산방식으로 제조하며, 아로마 홍차(가향)의 베이스로 인기가 높다. 유명한 다원은 ‘Malabar’다.
 


지금까지 나는 몇 회에 걸쳐 독일에서 티소믈리에 과정을 공부하며 느꼈던 특징적인 내용과 그것을 내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비교하기도 하고, 다른 목표와 숙제를 정리하는 계기를 가졌다.
그들의 교육내용(독일 IHK 티소믈리에 과정)은 사실적이고 기본적이며 객관적인 담담함을 잘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이란 것이 무엇인가로 정의돼 끝나는 게 아닌, 여전히 ‘진행 중’임을 이해할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산업적으로 전세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어 거시적인 시야를 가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교육은 힘이다’라는 말은 진부한 말이 아니다. 수많은 잠재력을 가진 위대한 표현일 것이다. 교육은 문화와 산업의 근간이자 그 시작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가벼운 매너와 상식의 티교육부터 전문 티소믈리에 교육까지, 우리가 그것에 관심을 기울여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진다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 우리의 티산업도 곧 더욱 활짝 꽃피워 ‘티의 르네상스’를 지나 생활 속에 자연스레 자리를 잡으리란 기대를 하는 싱그러운 5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