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골든커피어워드 에스프레소 동상 ‘버본커피컴퍼니’



커피 외길 10년, 또 다른 10년을 그리다
2019 골든커피어워드 에스프레소 동상 ‘버본커피컴퍼니’

Editor · Photo 지우탁

순천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시간도 지난 꽤 늦은 시간이었다. 어두워진 하늘아래 도심 속 형형색색의 불빛을 따라 걷다 보면 정신없는 번화가의 틈새에서 유독 따뜻하게 느껴지는 빛이 새어나오는 버본커피컴퍼니를 만날 수 있다. 

커피, 우연한 기회로 일상이 되다
본래 다른 업종에서 일을 하고 있던 조유현 대표가 커피에 관심을 가지게 된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나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없다. 커피도 그냥 ‘저런 것도 있구나’ 정도의 관심이 있었을 뿐이었다.
“업종을 변경하고자 고민을 하던 10여년 전의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커피는 매력적인 아이템이 아니라며 만류하는 이들도 있었어요. 지방이라서 더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막연하게나마 끌리던 분야가 커피였기에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괜찮은 자리를 발견했고 다른 시기나 조건 등이 괜찮게 맞물렸어요.”
결심은 빨랐다. 바로 계약을 하고 준비기간을 거쳐 2011년 1월, 덜컥 카페부터 오픈을 했다. 내년이면 10년째 같은 자리에서 커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카페 이름이 그냥 버본이었어요. 버본이라는 이름은 학원에서 커피를 배울 때 책을 피면 제일 먼저, 많이 보게 되는 단어에요. 마침 카페 이름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발음이 둥글둥글하기도 해서 벼로 고민하지 않고 정했다. 이것 때문에 해프닝이 생기기도 했는데 아직 인지도가 없을 때 ‘버본에서 보자’라고 사람들이 약속하면 순천 법원 근처로 가곤 하는 것이었다. 카페 이름이었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는 일이 생각보다 많아서 상호명을 바꿀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때도 있었죠. 지금은 버본커피컴퍼니라고 이름을 좀 더 구체화했는데 아직까지도 ‘이름을 더 신중하게 정할 걸’이라고 후회할 때가 있긴 해요.”



로스터기를 사고 3개월
커피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던 조유현 대표는 순천에서 프랜차이즈 매장을 몇 곳 운영하면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사장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기초적인 지식이나 노하우 등을 배우면서 차츰 카페의 모양새를 갖춰 나가기 시작했고, 이는 그가 꾸준히, 커피를 깊게 해야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제가 도움을 받은 사장님이 마침 로스팅도 하고 있었어요. 로스팅에 도전을 해봐야할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하니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추천을 하시더라고요.”
카페를 오픈하고 약 6개월 뒤, 고민 끝에 빚을 내면서까지 첫 로스터기인 태환 1kg을 구매했다. 설치비나 기타 비용을 아끼려고 서울까지 찾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로스팅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로 로스터기만 덩그러니 구매하고 나니 고생길이 펼쳐졌다. 처음 3개월은 로스터기를 앞에 두고 끙끙 앓기만 했다고.



“지금은 로스터리 카페가 꽤 많이 생겼지만 당시에는 흔하지도 않았고, 물어볼 곳도 거의 없었어요. 학원이 있기도 했지만 수강료가 거의 로스터기 값이었고요. 혼자서 해외 유튜브 영상을 뒤져보면서 하나하나 배우는 날의 반복이었어요.”
연습을 하는 동안에 수없이 커피 볶았지만 손님에게 이를 팔 수는 없었다. 로스팅 학원에 등록을 하고 선생님이나 지인들과 자신이 볶은 커피를 테스팅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보완해나갔다. 그는 “로스터기가 있고 커피를 직접 볶으면서도 업체에서 원두를 구매해서 팔았다”며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지 3개월 후, 손님들에게 팔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수준의 커피를 볶을 수 있게 됐다.



치열한 일상 그리고 대회
그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혼자서 카페를 운영해왔다. 작지도, 크다고도 할 수 없는 카페지만 할 일은 항상 넘쳐났다.
“실력도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었어요. 매장에서 손님을 응대하고, 메뉴를 만들고, 틈이 나면 로스팅을 하고 그랬죠. 교육이나 행사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그렇겠지만 자리를 쉽게 비울 수 없잖아요. 그런 상황인데 대회를 참가하는 건 꿈도 꿀 수 없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정도 일이 손에 익어갔고, 자신의 커피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주변에서 대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주고, 권유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관심이 생겼다. 여건이 될 때마다 대회에 조금씩 참가하기 시작했다. 그는 “생계형 카페가 그렇듯이 온전히 대회에만 집중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하며, “작년에는 조금 여유가 생겨서 더 욕심을 내서 준비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과일 계열의 산뜻한 산미를 좋아해요. 대회를 준비하면서 생두의 뉘앙스를 이 산뜻한 산미에 초점을 맞추고 찾았는데 흔치 않더라고요. 일본에는 재고가 있는데 국내에는 없거나 어렵게 들여온 업체를 찾아도 가격이 너무 비싸서 살 엄두가 나질 않았아요.”



우연한 기회, 뜻밖의 결과로
국내 대부분의 업체에서 생두를 받아 로스팅한 후 테스팅을 해봐도 원하는 맛과 향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애를 태우고 있던 어느 날, 우연히 방문한 한 행사에서 자신이 찾던 느낌과 딱 맞는 에티오피아 생두를 발견했다. 이후에는 일사천리였다. 현장에서 바로 생두를 구매했고, 로스팅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는 이 커피로 당당하게 수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출품한 커피는 먼저 따로 로스팅을 한 두가지 원두를 후블렌딩한 커피에요. 에티오피아의 산뜻한 산미가 강조되면 거부감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해서 과테말라의 단맛을 더했죠. 적절한 블렌딩 비율을 찾기 위해 10가지 정도의 샘플을 만들어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는데 공동대표로 있는 아내의 도움이 컸어요.”




그는 출품커피와 수상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욕심을 낸 것은 맞지만 수상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대회를 염두에 두고는 있었지만 애초에 그의 목적이 매장에서 판매할 새로운 블렌딩을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여곡절을 겪으며 원하는 뉘앙스의 블렌딩을 찾긴 했지만 막상 이걸 출품하려고 하니 ‘너무 평범하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걱정이 무색하게 그의 커피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GCA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그의 노력과 실력을 입증하는 상패가 당당하게 카페의 한 편을 장식하고 있다.
 

전문을 월간<커피앤티> 10월호(225호)에서 만나보세요!

리뷰&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