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커피 ‘리트리트 커피로스터즈’



정직한 커피
우이동 골목길에 담은 가치있는 순간 리트리트 커피로스터즈


Editor·Photo 지우탁

멀리 둥그스름한 북한산이 인상적인 우이동에서 지도 어플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숨겨진 한적한 골목길. 요즘은 보기 힘든 개방된 마당이 있는 집들이 마주하고 있는 거리의 끝에서 리트리트 커피로스터즈를 만날 수 있었다. 골목길의 특성상 개방감을 느낄 수 있었던 주위의 풍경은 볼 수 없었지만 한적하고 조용한,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대개 여유는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만끽할 수 있는 것처럼 리트리트 커피로스터즈에서도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느려지는, 골목길 하나 들어왔을 뿐인데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은 아늑함을 느 낄 수 있었다.



최근 '빅카페'의 열풍이 불면서 서울 외곽 또는 지방에 크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카페가 생기면서 리트리트 커피로스터즈처럼 아담한 사이즈에 조용한 분위기가 오히려 유니크한 공간이 됐다. 트렌드가 아니기에 더 돋보이고, 낯설기에 더 이끌리는 그 모순이 자연스럽게 애정으로 이어지는 재미가 있다.

자연스럽게 커피길로 들어서다
오전 8시부터 오픈을 한다는 말에 오전에 카페를 찾았다. 워낙 외진 곳에 숨어있어 놀랐고 매장에 들어섰을 때 손님이 있어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이들이 느낀 매력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동네에 일찍 여는 카페가 없어요. 그런 곳을 찾는 동네 주민분들이 오시는데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대부분 단골이세요"
30대 초반의 민병욱 대표는 특별한 계기 없이, 자연스럽게 커피의 길을 걷게 됐다. 처음에는 카페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지만 이내 바리스타가 되어 제대로 일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외관적인 면을 많이 신경 썼다. 라떼아트의 매력에 푹 빠져 한 동안 열심히 했는데 갑작스러운 로스터의 부재로 로스팅도 배우게 됐다. 그렇게 끝이 없는 커피의 길로 들어선 민병욱 대표는 자신이 추구하는 커피의 방향으로 서서히 나아가게 됐다.
"잠시 1년 정도 외도를 하긴 했어요. 동물을 좋아해서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카메라 감독으로 일을 했었는데 결국 자연스럽게 또 커피더라고요. 이렇게 오랫동안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왔네요. 그냥 커피가 점점 좋아지고 더 알고 싶어져서 일상이 되니까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골목길 카페
그는 이전부터 자신만의 공간, 카페를 가지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다른 카페에서 일을 할 때는 카페의, 대표의 색에 맞춰서 커피를 해야했기 때문에 자신이 추구하는 커피를 하기 어려웠고, 이런 시간이 지속될수록 개성을 표출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러다 마련한 자신의 공간이 지금의 리트리트 커피로스터즈다. 사실 소위 말하는 '핫'한 곳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외진 곳이지만 이곳에 자리하게 된 스토리가 있다. 카페가 자리하고 있는 건물의 건물주 부부와 남다른 인연이 있는 것. 과거에 일하던 카페에서 손님으로 알게 된 부부는 나중에는 부모자식으로 지낼 정도의 인연으로 발전했다.
"어느 날 지금의 건물을 계약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주셨어요. 그때는 카페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함께 기뻐했는데, 며칠이 지난 후 계약한 건물에서 카페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물어 보시더라고요. 아마 처음부터 카페를 운영할 공간을 염두에 두신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골목길 안쪽이라 처음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안쪽에 골목이 있는 것도 모르는데 카페가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매출도 거의 없었다. '괜히 골목길 안쪽에 카페를 열었나'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한 명 씩 손님이 찾아오고, 그 손님이 또 입소문을 내주면서 지금은 단골도 많이 생겼다.
"오히려 카페가 있는지 몰랐다가 발견하고는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한 번 오신 뒤로 못 뵌 분들도 있지만 단골이 되어서 자주 찾아주시는 단골 손님들도 많으세요. 이분들이 '편안하다', '조용해서 좋다' 이렇게 말해주시면 감사하죠. 지금 보면 스트레스를 받았던 외진 공간이라는 특징이 차별적인 매력이 된 것 같아요. 요즘은 이 곳에 카페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해요"




원재료가 지니고 있는 그대로
내부로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오렌지색이 인상적인 디드릭 5kg 로스터기다. 매장의 약 3분의 1정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로스팅 공간은 통유리창으로 매장과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커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청결하다고 느낄 정도로 깔끔했고, 원두 또한 종류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기본에 충실한 민병욱 대표의 누구 못지않은 커피를 향한 진지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는 댐퍼를 많이 다루자는 주의다. 커피를 하면서 여러 브랜드의 로스터기를 다뤄봤는데 디드릭 2.5kg을 사용했을 때 추구하는 커피가 가장 잘 표현된다고 느꼈다. 그렇게 '창업하면 디드릭으로 해야지'라고 마음먹었고 현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디드릭 5kg을 사용하고 있다. "아직은 표현하고자 하는 맛에 도달하지는 못해 아쉽다"고 말한 그는 또 "그래도 추구하는 방향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것 같아 앞으로도 쭉 함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생두는 원재료고 로스터기는 생두가 지니고 있는 향과 맛 등 그 모습을 그대로 잘 표현해주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해요. 바리스타는 이를 그대로 한 잔의 커피로 옮기는 것이고. 개인적으로 디드릭이 이를 제일 잘 표현해주는 것 같아요"


.
.
.


'RETREAT'를 검색하면 '후퇴'라는 의미가 가장 먼저 나온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재충전', '안락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리트리트 커피로스터즈 민병욱 대표는 이러한 의미를 염두에 두고 카페의 이름을 정했다. 재밌는 점은 이기준 디자이너가 재능기부로 만들어 준 로고가 'RE+REA+'로 보이는데, 알파벳 T를 형상화한 +가 충전의 의미를 더하기도 하고, 'RE+'를 재충전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리트리트 커피로스터즈를 나타내는 시그니처가 된 것 같다"고 말한 민병욱 대표는 이어서 "방문하시는 손님들이 발음을 많이 물어보는 것도 재밌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이 공간에 머무른 사람들이 재충전할 수 있고, 안락한 공간으로 다가갈 수 있길 바랬다. 블렌딩 중 하나는 이름이 에너제틱(Energetic)이기도 하다. 한적하고 조용한 골목길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여유는 그가 고심해서 준비하고 만든 메뉴와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부지런하게, 바쁘게 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된 일상이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여유로워진다. 한 잔의 커피와 함께.

 

Location
서울 강북구 삼양로141길 15-8 지층
010-8526-7847

 


 

전문과 더 많은 이미지를 월간<커피앤티> 6월호(209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리뷰&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