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 Tea 그때 그곳 그맛

그때 그곳 그맛

Reporter 엄폴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은 천사다.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면 내 마음이 맑아진다. 행복해진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아이들이 다가오는 것을 막지 말라고 하셨다.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함께 한 아이들과의 시간은 그 말의 의미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2018년 6월 미얀마의 마지막 일정을 보내기 전에 방문한 어느 시골의 학교. 이곳은 독일에서 온 몽크(승려)께서 리더가 되어 이끌어 가고 여러 나라에서 온 봉사자들이 자신의 재능을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수업을 진행한다. 각자가 지닌 재능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들의 수업을 들은 아이들은 공부는 물론, 삶에서 배워야 하는 모든 것들을 배운다. 위생부터 영어와 수학, 음악, 미술, 컴퓨터 그리고 자연과 관련된 부분들은 책이 아닌 주변의 산과 들과 밭에서 직접 심고 키우고 자르고 만들어가며 자유로운 방식으로 배움 속에서 성장한다. 수업 또한 자유롭게 즉흥적으로 직접 들은 바로는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면 몽크님은 이렇게 답한다고 한다. “좋아요. 그 수업을 해봐요. 오늘 점심부터 바로 시작하면 되겠군요” 그리고 실제로 그날 점심에 그 수업이 진행되는 식이다.
이 곳의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이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이다. 공부를 하고 싶지만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가르치고 있다. 세상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공부와 탐구 그리고 삶을 배워간다.



2주 동안 진행되었던 미얀마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할 때, 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라떼아트 시연을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바로 그러겠다고 답했다. 나는 아이들을 향한 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아이들을 위해 한다는 것은 정말 설레고 기대가 된다. 전날 밤부터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까 고민을 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약 50명의 아이들이 안과 밖으로 앉아서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이전에 소개했던 내 커피 인생의 롤모델인 루이지 루삐의 에스프레소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한 뒤, 본격적으로 라떼아트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첫마디를 하자마자 깔깔깔 하고 웃음꽃이 폈다. 미얀마에는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고, 한국인들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좋다고 들었기에... “안녕 나는 한국에서 온 엄폴이야. 지금부터 나를 엄폴 오빠~라고 부르면 돼요. 알았죠! 오빠~”라고 했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함께 듣고 있던 몽크님과 봉사자들도 모두 크게 웃었다. 아이스 브레이크를 마치고 라떼아트를 그리는 것을 보여주고 함께 라떼아트 체험도 해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이 끝난 뒤에는 아이들에게 큰 보온병에 미리 만들어온 커피를 종이컵에 한 잔씩 따라주었다. 이날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커피를 마셔본다고 했다. 인생의 첫 커피는 어떤 느낌일까! 아이들이 마시는 커피를 나도 한 잔 마셔봤는데 생각보다 쓴맛이 있었다. 우리의 맥심보다 조금 덜 달고 조금 더 쓴 정도였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누구도 쓰다고 말하지 않고 한 모금 한 모금 천천히 커피를 맛보고 있었다. 서로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삼킨다. 그리고 서로 웃는다. 뭐가 그리 웃기는지 모르겠지만 한참을 그렇게 표정으로 서로에게 말을 건넨다. 그리고 내가 쳐다보면 또 웃는다. 불평불만도 하지 않는다. 사랑스럽다. 



이날, 절로 미소가 지어졌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몇 명의 아이들이 에스프레소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들은 모두 ‘나는 절대 마실 수 없어!’하는 얼굴이 되어 긴장하면서도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친구의 반응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친구가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순간 모두 그 친구의 입과 표정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다가 한 마디를 뱉으면 깔깔깔 하고 또 웃으며 쓰러진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설탕을 넣은 에스프레소를 마시고는 눈을 크게 뜨고 맛있다고 하니 다들 자신도 마셔보고 싶다며 한 모금씩 마셔본다. 그리고 역시 또 웃는다. 쓴 커피와 달콤한 커피를 마시는 아이들에게서 다양한 취향을 발견한다. 대부분이 쓴 커피를 마시고는 쓰다고 혓바닥을 길게 내밀며 인상을 쓰는가 하면 몇몇 아이들은 무표정으로 ‘난 맛있는데. 음~ 이 맛이야’ 하며 맛을 즐기기까지 한다. 인생의 쓴맛을 일찍부터 배운 것 같다.
이 아이들에게 인생 첫 커피의 맛은 어땠을까! 또 어떤 기억으로 이 아이들에게 기억될까! 나에게 첫 커피는 어떤 맛이었을까! 일찍이 무엇이 나를 커피의 맛에 빠져들도록 만들었던 것일까! 아마 내가 아직 어릴 적, 일터에서 엄마가 아빠를 위해 하루에 10잔 가까이 만들어준 맥심이었던것 같다. 그 달콤하고 풍부한 커피향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 향이 나를 커피와 친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몇 년이 지나고 먹어도 마음속 앨범에서 다시 꺼내어 볼 수 있는, 어릴 적부터 먹어온 엄마의 집밥처럼, 그리고 엄마표 된장찌개의 에시디티, 스윗니스와 바디, 노즈와 프레이그렌스, 에프터 테이스트 그리고 오버롤. 첫 기억이 뿌리 내려지는 시간은 정말 중요하다. 그 시간은 맛과 향기뿐만이 아닌 색감, 온도, 기분과 감정까지 기억과 추억이라는 사진으로 인화되어 나의 가슴속 앨범에 남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진을 살아가는 동안 여러 번 꺼내보며 살아간다.
이렇듯 맛있는 맛이란, 맛없는 맛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쌓일수록 만들어지는 자신만의 고유한 기준이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 속에서 자신만의 경험과 내면을 통해 자신들만의 맛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게 우리가 늘 강조하며 말하는 기호이다. 기호 식품. 강요할 수 없으며 존중돼야 하는 개개인의 다양한 입맛의 기준, 취향, 선택. 즉, 기호는 고유한 경험을 뜻함과 동시에 그 사람만의 고유한 맛과 향의 식별코드인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맛있는 맛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다양한 맛있는 맛이란. 다양한 맛없는 맛의 기억에 대한 데이터 자료들이기도 하다.

 

바리스타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작곡가는 좋은 노래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디자이너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선생님은 좋은 수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모두가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최선. 그것은 정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일까! 모두가 최선을 다한다면 정말 모두가 성공을, 그리고 성취를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그중 누가 가장 최선을 다한 사람이 되어 경쟁에서 1위를 할 수 있을까! 최선이란 단어를 우리의 노력에 사용하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일반적으로 내가 만드는 제품, 내가 하는 노력을 좋음의 기준으로 삼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그 최선이란 생각을 나보다는 타인들에게, 주변의 사람들에게, 또 고객들에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기억과 추억의 사진들을 찾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경쟁 속에서 다른 최선으로 다른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섞여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풀어갈 수 있는 니즈 Needs, 기호에 대한 아이디어라고 믿는다. 객관적 니즈를 찾는다면 그것이 최고의 최선이 될 것이다.
이런 질문을 해보고 싶다. 여러분들은 맛과 향에 대한 어떤 기억과 추억들이 있나요? 좋은 맛과 나쁜 맛의 마음속 사진들이 있나요? 얼마나 많은 사진들이 여러분들의 마음의 앨범에 간직되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