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쉬커피’의 마력에 빠지다

‘터키쉬커피’의 마력에 빠지다
이스탄불문화원 ‘터키쉬커피 문화체험 강좌’ 열어
Editor·Photo 강지윤



16세기 초반, 터키에 세계 최초의 카페가 문을 열었다. 아라비카 원두를 로스팅하고 그라인딩 하여 지금과 흡사한 형태의 커피를 판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커피 종주국 이탈리아에 커피가 전파된 것은 그로부터 약 100년 후인 17세기의 일이다. 터키의 상인에 의해 전파된 커피는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드립 방식의 커피로 변모하게 된다.

에스프레소, 드립커피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터키식 커피를 만나게 된다. 지금과 유사한 커피 문화가 시작된 곳이자, 커피가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 온 곳이 바로 터키다. 그러나 오랜 역사와 그 가치에 비해 터키식 커피는 다소 생소하다. 유럽의 커피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터키식 커피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터키 이스탄불문화원 서울지점을 찾았다.

지난 5월 14일, 터키 이스탄불문화원 서울지점에서 터키쉬커피 문화체험 강좌가 열렸다. 터키 커피의 역사를 공부하고 직접 추출에 참여하는 강의로, 터키식 커피에 대한 문화체험에 초점을 맞췄다. 카페 운영자 및 커피애호가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터키식커피의 역사, 터키식 커피 추출 시연 및 시음 순으로 진행됐다.

터키식 커피는 세밀하게 그라인딩한 분쇄원두를 물에 넣고 끓이는 달임방식의 커피다. 제즈베라고 불리는 손잡이가 달린 전통 팬을 사용하며, 강렬한 향과 정제되지 않은 거친 맛이 특징이다. 묵직한 맛과 각성효과 때문에 터키에서도 한 번에 한 잔만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커피찌꺼기를 거르지 않고 그대로 잔에 담아내기 때문에 가루가 가라앉을 때까지 잠시 기다려야 하고, 가루가 느껴지는 시점까지만 마신다. 커피 한 잔에 인내가 담겨 있고, 욕심내지 않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터키문화원 홍보담당 우사메 씨는 “유럽인들은 취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고, 터키인들은 깨기 위해 마신다”며 강의의 포문을 열었다.

깨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오늘날의 추출 형태와 흡사한 커피의 기원은 14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록에 따르면, 오스만 제국의 영토였던 예멘의 아덴 지역에서 커피콩을 구운 후 짓뭉개고 끓여 마셨다. 커피체리를 씹고 생두를 끓여 마셨던 이전과 비교했을 때, 오늘날의 커피와 상당히 유사하게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아덴에서 오스만제국으로 커피가 전해진 것은 1500년 경이다. 황실로 전해진 커피는 황제의 총애를 받는다. 커피는 이스탄불을 시작으로 제국 전체로 퍼져나가고, 값비싼 커피의 효과 극대화하기 위해 로스팅과 그라인딩이 발전하게 된다.

16세기 초반에는 세계 최초의 카페 ‘크라앗하네(kiraathane)’이 문을 연다. ‘읽는 장소’라는 뜻으로 당대의 카페는 학자들이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하는 장소였다. 커피는 독서와 토론을 위한 각성제 역할을 했다.

오스만제국의 번영에 따라 1615년 유럽으로 커피가 전해진다. 항구도시 베네치아가 그 시작이었다. 터키의 크라앗하네가 그랬듯 카페는 학자, 사상가,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된다. 이 시기의 커피는 여러 철학가의 사상적 근간을 만든 묘약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계몽학자인 루소, 볼테르 등 모두 터키식커피를 즐겼다.

후에 터키식 커피를 깔끔하게 즐기기 위해 드리퍼가 고안되었고, 커피를 빠르게 만들기 위해 에스프레소머신이 개발됐다.

커피는 전통이다, 문화다

터키식 커피문화와 전통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주목할 점은 ‘터키식 커피’가 아닌 ‘커피문화와 전통’이 등재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터키식 커피의 가치가 독특한 추출법과 맛뿐 만이 아니라 ‘사회적 기능’에 있음을 의미한다.


상견례 자리에서의 커피가 대표적인 예다. 터키에서는 결혼 전 신랑 측이 신부의 집에 방문하는 것이 중요한 절차다. 중매혼이 일반적이던 과거에는 상견례가 신랑과 신부가 처음 마주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때 예비신부가 신랑 측을 대접하기 위해 커피를 내오는 관습이 있다. 신랑 측에서는 커피맛을 통해 요리실력을 가늠하고, 신부 측에는 신랑의 커피에 설탕 대신 소금을 넣어 그의 참을성을 재기도 한다. 때로는 소금 넣은 커피가 완곡한 거절의 의미가 되기도 했다.

“요즘은 연애결혼을 해서 커피로 요리실력을 점치거나 거절의 의미를 담지는 않아요. 대신 신부가 장난삼아 신랑에게 소금, 후추, 큐민 등의 향신료를 넣어 주죠. 신랑은 반드시 웃으며 커피를 마셔야 해요. 어떤 나쁜 일을 겪더라도 이렇게 웃겠다는 의미로요. 마시는 동안 신랑 측 친구들이 물을 들고 기다려 주지만, 신랑은 신부가 들고 온 물을 마셔요. 어려운 일을 겪을 때 도울 수 있는 것은 친구가 아닌 신부라는 의미예요.”

터키문화원의 메르베씨는 요즘 터키의 상견례 문화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기다림과 나눔, 소통의 미학

터키식 커피 추출방법을 배운 후 참석자들은 직접 터키식 커피를 끓여보는 시간도 가졌다. 커피를 마신 후에는 남은 커피의 찌꺼기의 모양으로 커피점을 보는데, 찌꺼기를 그대로 담아내기 때문에 가능한 터키식 커피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잔을 받침잔에 뒤집어놓고 식을 때까지 기다린 후 흘러내린 모양을 보고 점을 친다.

수강생들과 강사는 커피점을 보며 터키쉬커피, 터키의 문화, 여행기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고, 강의실은 금새 시끌벅적해졌다.

터키식 커피를 마시기 전 커피 가루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나누는 대화와 커피를 마신 후 점을 보며 나누는 대화. 터키식 커피의 역사 뿐 아니라 ‘사회적 기능’을 몸소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터키 이스탄불문화원에서는 다양한 터키 문화 체험 강좌를 일주일에 한 번 운영한다.

터키 이스탄불문화원 서울지점
위치 :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26길 (역삼동 736-56, 3층)
전화번호 : 02-3452-8182

터키 이스탄불문화원 부산지점
위치 : 부산광역시 연제구 월드컵대로 141 동화빌딩
전화번호 : 051-851-5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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