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스몰커피농부 & 지속가능한 커피


Trip to Origin: Roaster Camp of Brazil (3)
Small Farmer and Sustainability in Brazil

브라질 로스팅 캠프 후반 3일은 브라질 남단 파랴나에서 상파울로를 따라 이동하며 캠프를 주관한 Capricornio의 Fourseasons 농장을 방문했다.

붉은 땅과 파란 하늘 아래 그림처럼 펼쳐진 커피나무숲은 긴 여정의 피로를 단번에 날려버릴만큼 상쾌했다. 농부의 손길이 그대로 느껴지는, 잘 관리된 커피나무 사이로 함께 심어진 과실수에서 농부들이 직접 따주는 아보카도와 오렌지를 받아먹으며, 우리 모두는 소풍을 나온 아이가 됐다. 농장을 돌아보고 농가에서 직접 준비한 빵과 커피를 먹으며 농장운영의 실제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커피 대국 브라질에서도 스몰농부의 현실은 중남미 다른 커피농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쉽지 않은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추후 커피인으로서 앞으로의 방향을 깨닫는 귀한 시간이 되리라.

커피 대국 브라질의 스몰커피농부들

지난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브라질은 전 세계 커피생산량의 1/3 이상을 생산한다. 최대커피생산국인 것은 물론, 플렌테이션이란 대단위 농장에서 커피를 생산한다. 상위 50개 대규모 농장(Fazenda)을 운영하는 농장주가 총 브라질 커피생산의 90%를 생산한다는 사실로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

2016년 겨울, 이 글의 공동필자인 연응주 학장(LA Coffee College)은 브라질 COE 심사관으로 브라질 커피산지 중 최남에 위치한 Parana 지역을 방문했다. 브라질 로스팅 캠프를 주관한 Capricornio와 인연을 맺으며 기존의 상식과는 뭔가 다른 그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Capricornio한 회사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커피벨트 남방 한계선인 남회귀선(Tropic of Capricorn : 23ºS에 걸친 농장을 규합해 만든 신생 브라질 스페셜티커피업체다.

남회귀선은 Capricornio의 직영 및 협력농장들이 위치한 Parana 주 북부와 Sao Paolo주 남부를 관통한다. 특히 Parana 지역은 1975년 ‘Black Frost’라 불리는 재앙적인 수준의 서리피해를 보기 전까지 브라질 커피생산의 메카였다고 한다. 브라질 커피산지는 Black Frost를 겪으며 조금 더 따듯한 북쪽으로 중심으로 이동하게 됐는데, 우리가 잘 아는 Minas Gerais가 커피최대산지가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Capricornio는 브라질에 불기 시작한 Micro Lot 중심의 스페셜티커피 붐을 안고 1970년 이전의 Parana 지역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노력의 결과, 직영농장인 California Estate는 두 번의 COE에 입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세 명의 창업자 중 한 명인 Luiz Roberto S. Rodrigues에 따르면, 그는 2004년 비행기 사고로 숨진 삼촌에게 California Estate를 물려받아 이를 바탕으로 Capricornio를 시작했다고 한다. 삼촌이 평소 갖고 있던 Sustainability(지속가능한 커피)에 대한 열정을 실현하고자 노력해왔다. 특히 삼촌과 달리 커피에 대한 전문교육을 받은 커피농학자로, 기존의 상업용 커피생산을 위한 기존의 프로세싱을 다양화하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됐다.


최근 Capricornio는 비교적 낮은 고도에서 오는 커피맛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자 Double-Fermentation과 같은 그들만의 노하우를 통해 커피품질의 향상을 기해왔다. 특히 이들은 고도에서 오는 불리함을 위도상 가질 수 있는 장점으로 극복하는 지혜를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나무에서 성숙되는 기간이 적도 지역 높은 고도에서 자라는 커피보다 길기 때문에 더 많은 단맛을 낼 수 있고, 좋은 테라로사와 연평균 기온이 낮은 Micro-Climate 덕분에 최상의 브라질 스페셜티커피를 생산할 수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Capricornio의 직영농장인 California Estate는 규모에서도 중간 정도되는 농장이다. 지평선 끝까지 커피나무로 채워진 대규모 농장과 비교해 생산 및 가공에 조금 더 많은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이는 품질의 향상으로 이어졌다.

2016년 방문 당시 Capricornio는 이런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소규모 농가를 규합해 Four Season Project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한 상황이라 여기에 참여하는 농장을 방문하고 생산자를 만날 수 있었다. 브라질 방문 전 다녔던 중남미 농장들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었고, 브라질 농장이 중남미 농장과는 달리 대규모에 기계적인 생산과 과학적인 관리가 이뤄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고무가 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Four Season Project에 속한 농장을 다니며 브라질 평균 농가 면적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7.5헥타르라는 것을 알았다. 생각보다 높은 곳에서 2~3헥타르 규모의 소농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브라질 농부의 66%가 10헥타르 이하의 농장은 운영한다. 남미에서 두 번째로 커피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인 콜롬비아의 1.5헥타와 중남미에서 평균적으로 2~3헥타로 경작하는 소농과 비교하면 큰 면적에서 경작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처한 사정은 다른 나라 소농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번 브라질 방문 중 여러 소규모 농가들을 통해 들은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낮게 형성된 C Price로 인해 농사를 지을 유인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소규모 커피생산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조합에 속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브라질 생산자들은 대부분 공정무역(Fair Trade)의 수혜자일 거란 생각도 틀린 것임을 알게 됐다. 그들 이야기에 따르면, 현재 커피가격이 그들에게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한해 농사에 들어간 비용을 채우기에도 급급하다고 한다. 또한 일년 농사를 열심히 짓는다고 해도 병충해로 수확이 형편없어지면 바로 파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정부에서 보조금 및 수매가 이뤄지지만, 어려운 형편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고 한다. 중남미의 2~3헥타를 가진 농부들과 같은 상황이었다. 또 이런 이유로 많은 커피농가가 사탕수수농사로 돌아서는 실정이다. 사탕수수는 매년 병충해 걱정 없이 파종과 수확이 가능하고, 대체에너지 등 새로운 사용처 증가로 커피농사보다 훨씬 좋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둘째,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있음에도 커뮤니티 내 노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브라질 최저임금 수준은 R$800/week로, 원화 환산 시 주당 25만 원이다. 온두라스 어느 지역의 노동자들이 수확기에 주당 10만 원 정도의 수입을 만드는 것에 비해 높은 수준이고, 젊은층이 커피산지를 떠나 도시로 이주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도 커피를 수확, 가공할 노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중년 이상의 남편과 부인이 커피생산의 모든 것을 담당하고 있었다. 오전 7시에 일을 시작해 오후 7시에 일을 마친다고 한다.

이들 농장은 우리가 아는 브라질 플랜테이션이 아니라, 경사가 있는 1,200m 고지에 자리한 것도 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농사를 짓는지 알 수 있었다.

셋째, 판로의 부재를 꼽았다. 브라질 스몰농부들은 자력으로 20피트까지 컨테이너를 채울 물량을 생산하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농부들이 모여 조합을 이루고 공동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조합 운영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아 보였다. 조합에는 규모가 비교적 큰 조합원들이 있기 마련인데, 가격이나 우선권에서 소농들은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믿고 있었다. 아울러 우리가 방문한 농장 대부분이 외국에서 온 바이어를 농장에서 처음 본다고 했다. 다시 말해, 직접 해외바이어에서 판매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그 대신 브라질 내 커피로스터에게 커피를 공급하거나 직접 로스팅을 해 카페나 지역 슈퍼에 납품하는 것을 모델로 삼는 농가를 만나기도 했다.

하나로 연결된 커피생산자와 소비자

이번 방문 중 농장주들과의 심도 깊은 대화로 그들의 삶이 다른 중남미 소농들과 별반 차이가 없음을 알았다. 더욱이 그들이 커피대국인 브라질에 살고 있기에 그들은 더욱 작아보였다. 커피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써 책임감을 느끼며 남의 일 마냥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작지만 스몰파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

현재 소규모 커피농가에 관심을 가진 Sandra Schiavi라는 Maringa 주립대학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브라질 소농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용 및 인력 등 내부적인 요인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생산비용을 보전해줄 시장으로의 접근이 제한된 외부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커피생산자와 소비자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중소커피농가가 처한 현실적 문제를 해소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려면, 우선적으로 서로가 직접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이를 통해 서로에게 합리적인 가격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소비지에서의 의식전환, 즉 수동적인 생두 구매를 벗어나 더 넓은 시장에서 구매량이 적어도 적극적인 구매자 역할을 한다면, 생산지 소규모 농가들이 목표로 삼은 Sustainability가 결코 불가능하지 않을 거란 결론을 내려본다.

방문한 커피농가마다 따뜻하게 맞아줘 스몰농부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또 여러 농장주를 직접 만나는 소중한 경험과 커피인으로서 앞으로 걸어갈 방향을 깨닫게 한 브라질 로스팅캠프 주관사 Capricornio 커피컴퍼니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3회에 걸친 ‘The Origin Of The Brazil’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