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공간의 변신, 혹은 부활

방치된 공간의 변신, 혹은 부활
진주의 ‘진주’, 커피플라워 ‘진양호’

Reporter 지영구



“카페는 한 그루의 커피나무다.”

카페 ‘바흐’의 창업자 타구치 마모루* 씨는 <카페를 100년간 이어가기 위해>**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화분에 심은 한 그루 커피나무를 가꾸고 키워가듯이, 세심한 관심과 정성이 필요하고, 인내와 지구력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발아와 육종을 거쳐 자라난 1년 전후의 커피묘목은 약하다. 얼어 죽기 쉽고, 말라 죽기 쉽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가능성과 힌트를 진주(晋州)의 진주(珍珠), ‘커피플라워 진양호(眞良好)’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오픈한 이 뉴페이스는 새로운 듯 익숙하고, 엉성한 듯 자연스럽다. 준비기간까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곳은 아직 ‘미완의 성’이지만, 더 일구고 가꾸고 채울 여지가 있으므로, 나아가 주인장의 범상치 않은 안목과 철학이 녹아들어 있으므로 말미암아 오히려 정겹고 비주얼하다. <편집자 주>


카페는 어렵다. 새로 문을 연 하나의 카페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고, 주목을 받고, 명소로 떠오르기까지, 그 이면에는 경영자의 엄청난 준비와 열정, 숨은 고통과 피땀이 깔려 있다.

‘커피플라워 진양호’는 이런 사실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지 650평에 연건평 100여 평, 루프탑과 데크만도 50평이 넘는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진양호’에서 발견할 수 있는 놀라움은 우선 그 가치를 발견하고 살려낸 황용옥(47) 대표의 안목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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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은 설렘을 동반한다. 도전은 두려움을 뒤덮어버릴 수 있는 용기를 전제로 한다. 커피플라워 진양호는 그로서는 새로운 도전이었고, 모험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주저하지 않고 뛰어든 배경에는 안목을 바탕으로 한 확신과 함께 카페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분명하고 선명한 소신과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황용옥 대표는 외유내강형 인물이다. 부드럽고 편안한 인상이지만, 일단 필이 꽂히면 온몸을 던져서 올인하는 저돌적 추진력과 뚝심의 소유자다. 유머가 넘치고, 익살과 재치가 가득하지만, 동시에 아내와의 사별이라는 엄청난 상처를 속가슴에 보듬어 안고 살아가는 외화내홍형 인간이다.

그는 카페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가 ‘나눔’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소신은 2007년 본점을 낸 이후 11년이 지나기까지 그가 줄곧 견지해 온 철학이기도 하다.

그 증거는 ‘진양호’라는 네이밍에서 발견된다. 진양호(晉陽湖)는 1970년 남강댐 세워지면서 생긴 인공호수다. 진주시 판문동과 귀곡동, 대평면과 내동면, 사천시 곤명면에 걸쳐 있으며, 물이 맑고 주변 경관이 좋아 진주의 관광명소 겸 휴식처로 떠올랐다.

황 대표는 晉陽湖를 眞良好로 바꿨다. 진실하고 선량한 사랑, 선남선녀들의 아지트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그 속에 담겨 있다. 커피플라워가 진주의 명소로 떠오르면서 잘 나가는 카페 반열에 올랐을 때 돌연 그 인근에 ‘도서관카페’를 덜컥 내고 문학상 공모전을 펴는 등의 ‘엉뚱함’도 이와 무관치 않다.


월간<커피앤티> 7월호(198호)에서 자세한 내용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1968년 도쿄 외곽 마을에 카페 바흐의 전신인 시모후사야를 개업하고, 1972년부터는 커피생두를 직접 자가배전하기 시작했다. 1978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유럽과 미국 등 커피소비국을 시찰하며 본격적으로 ‘카페의 역할’을 고민해 자신의 카페에 도입했다. 40개국 이상의 커피 생산국을 취재하면서 직접 여러 커피농원을 지도하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 간의 풍요로운 관계’를 모토로 카페 바흐를 지역주민이 즐겨 찾는 동네사랑방으로 키워냈다. 바흐커피를 대표하여 많은 후배들을 지도했으며, 전국 각지 90여 곳에서 바흐커피의 졸업생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일본스페셜티커피협회(SCAJ) 회장을 맡기도 했다. 저서로는 《프로가 말하는 고집스런 커피》 《타구치 마모루의 커피대전》 등 다수가 있다.
** 50여 년 동안 카페를 지켜온 커피 장인, 타구치 마모루의 삶이 담긴 경영수첩이다. 저자는 커피 음료만을 팔던 1970년대 초반 획기적으로 커피생두를 자가배전하기 시작해 일본 원두커피시장의 성장을 선도했고, 90곳이 넘는 그룹점포를 키워내 일본 커피인들의 스승 반열에 올랐다. 이 책에서 그는 자그마한 카페의 주인이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춰야 할 기본 마음가짐, 고객 서비스, 스태프 관리, 체계적 커피원두 보관 시스템, 신메뉴 개발, 지역 문화 창출을 아우르는 카페 운영비법을 자상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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