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들이 펼치는 하모니 의왕 백운호수 아띠제노스랩


장인들이 펼치는 하모니

의왕 백운호수 아띠제노스랩

Editor 지우탁 cooperation 아띠제노스랩

서울에서 차로 30여분, 의왕시의 명물 백운호수를 지나 언덕 하나를 넘으면 푸른 녹음을 배경으로 아띠제노스랩이 자리하고 있다. 활기가 넘치는 1층과 세미나,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는 2층에 주변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탁 트인 루프탑까지 건물 전체가 카페다. 지난 10월에 오픈한 카페는 다른 곳 못지않게 넓은 주차공간이 있었지만,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리는 분위기였다. 투박한 카페의 외관 너머에서 새어 나오는 활기와 따뜻한 색감의 분위기를 보고 있자니 이 공간의 매력을 반쯤은 알 것 같았고, 반쯤은 더 궁금해졌다.



아띠제노스랩(Artesanos Lab)은 장인을 뜻하는 Artesan과 연구실이면서 놀이터라는 의미를 부여한 Lab을 합쳐 ‘장인들의 놀이터’라는 의미다. 커피와 베이커리, 브런치 등 각 분야에서 장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실력을 쌓은 이들이 각자 하고 싶은 것을 얼마든지 뽐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숨기고 있던 실력을 마음껏 펼쳐 만든 음료와 베이커리 그리고 브런치에 사람들은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는 모습이었고, 연신 ‘맛있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특히 베이커리 진열대는 방금 구운 빵이 가득했음에도 금세 곳곳에 Sold out 팻말이 걸렸다.


정점에서 다시 출발점으로
한미영 대표는 본래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에서 승승장구하던 엘리트였다. 기획한 제품들이 연달아 시장에서 히트를 치면서 사내에서의 영향력도 커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온전히 내 일에만 집중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점점 쌓여갔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자리에 올라갈 수는 있었겠지만 그 자리에 앉는 것이 100% 만족할 수 있는 길이라는 확신이 없었기에 사표를 내고 다시 출발점에 섰다.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이전 일이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대기업의 특성상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없지 않으니까요. 꽤 높은 지위까지 올라갔지만 아쉬움보다는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늦기 전에 결심을 행동으로 옮겼죠.”
그렇게 한미영 대표는 지난 7월 말에 퇴사를 한 후 10월 16일 이 자리에 아띠제노스랩을 오픈했다. 3개월 남짓의 기간이었지만 디테일하게 사업계획서를 준비하거나 팀을 꾸리는 등 준비는 아주 오래전부터 착실하게 진행해왔다. 덕분에 카페는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은 카페가 으레 그렇듯이 어설픈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마치 오래된 카페였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공백기간은 짧았지만 그가 얼마나 이 공간을 치밀하게 또 공을 들여 구성했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장인들의 놀이터
한미영 대표는 연구소처럼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공간임과 동시에 일하는 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대기업을 다니며 좋은 환경에서 비교적 많은 혜택을 받았지만,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기업의 특성상 현실적인 여건과 부딪혀 서랍 구석으로, 마음속으로 접어둔 제품과 서비스가 한가득이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제품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질 수도 있고, 원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원가절감 또한 이루어져야 했다.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고객에게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욕구를 가진 이들을 모아 만든 공간이 바로 아띠제노스랩이다.
“커피와 베이커리, 브런치 등 각 분야별로 오랜 경력과 실력이 있으신 분들을 고문으로 모셨어요. 매장에서 일을 도와주시는 분들도 저와 마찬가지로 해보고 싶었던 것은 많았지만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서 타협을 해야만 했던 분들이죠. 이제는 만들고 싶었던 메뉴를 마음껏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고객들에게 만족감도 줄 수 있죠”
처음의 취지를 지켜나가기 위하여 매장수익 외에도 여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꽤 큰 규모의 컨설팅도 여럿 진행 중이다. 물론 매장운영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진행한다. “카페 수익만으로 운영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원가절감 등의 타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하는 한미영 대표의 노련함과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새로운 기회의 공간
아띠제노스랩에는 아직 시그니처라고 부를만한 메뉴가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한미영 대표의 노림수가 있다.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취지에 맞게 아띠제노스랩은 주기적으로 메뉴에 변화를 준다. 지속적으로 메뉴를 개발하고, 손님들의 반응이 좋은 메뉴는 유지하고, 인기가 비교적 적은 메뉴는 과감하게 뺀다. 이는 음료는 물론, 디저트와 베이커리 그리고 식사메뉴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어난 여러 이슈와 카페시장의 포화로 대부분의 카페가 인건비나 원가를 줄이는 등 날씨만큼이나 혹독한 살림을 꾸리고 있는 요즘, 아낌없이 매장과 직원에게 투자하는 한미영 대표의 행보는 정반대로 보이기도 한다.
“현재 셰프와 파티시예들이 자신의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요.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아카데미가 훌륭한 배움터가 될 수 있지만, 중간 실력의 셰프나 파티시예들이 경험을 쌓고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공간은 턱없이 부족해요. 수십 년 경력의 셰프들이 있는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그 아래에서 실력을 더 키울 수 있겠지만 그런 자리가 넉넉한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한미영 대표는 아띠제노스랩으로 각 분야별로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실력자들을 고문으로 모셔왔다. 너무 어렵지 않은, 지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추후 독립해서 자신의 매장을 마련했을 때, 직접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의 메뉴 개발과 지도를 부탁했다. 한미영 대표의 이러한 생각은 이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자발적인 노력을 이끌어냈고, 자연스럽게 매장의 활발한 분위기와 이어졌다. 일하는 직원들이 의기투합을 하니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내가, 그리고 모두가 꿈꾸던 공간
아띠제노스랩은 총 3층의 공간이다. 1층과 2층은 홀이 있고, 3층은 루프탑이다. 2층은 1층과 마찬가지로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홀이지만 1층과는 다르게 외부와 분리된 전용 세미나실이 멋들어지게 자리하고 있다.
“해외에서 핑거푸드를 먹거나 식사를 하면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는 모습이 부러웠어요. 우리나라에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려고 해도 그럴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어렵더라고요. 워크숍이나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음료, 베이커리, 브런치 등을 즐기면서 즐겁게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공간을 분리해서 구성해봤어요”
실제로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한 사람들이 음료와 베이커리를 즐기면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었다. 진지하거나 조심스럽기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2층의 다른 손님들도 이를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3층에는 인조잔디 위에 빈백이 여유가 있게 준비돼 있었다. 겨울의 초입에 방문했음에도 여기저기 공을 들인 공간을 보니 내년 봄에는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SNS에 핫플레이스로 소개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또 아띠제노스랩에는 크림파스타와 와규 스테이크 등 카페와 어울리는 식사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다양한 메뉴를 패키지로 각종 파티나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한다. 일반적인 카페보다는 다양하면서도 전문적인 시설을 갖췄기에 일을 하는 직원들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고, 메뉴도 다채롭게 꾸밀 수 있다. 잠깐 살펴본 패키지의 구성은 확실히 일반적인 카페의 수준보다는 다양하면서도 뛰어난 퀄리티임을 알 수 있었다.

아띠제노스랩은 비교적 거리가 있는 남양주나 서울 근교 카페에 비해 교통편도 좋고, 주차공간도 여유있어 접근성이 좋다. 하지만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매장보다는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미영 대표의 생각이다.
“메뉴나 인테리어 등 보다 다양한 시도를 할 필요도 있고, 트렌드를 빠르게 접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 공간이 안테나샵으로써 안정화가 되면 서울 중심가로 진출할 계획도 세우고 있어요”
“같은 느낌의 매장을 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는 한미영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청담동이나 성수동 같은 서울의 중심가에 아띠제노스랩이 자리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을지 절로 기대가 됐다.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상생하는 서포터
한미영 대표가 다니던 직장에서 일 때문에 커피공부를 막 시작했을 때, 아직 우리나라는 커피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가르쳐주는 곳이 마땅치 않았기에 커피음료 개발 도중 문제에 부딪히면 독학으로 찾아보면서 공부를 해야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추구하는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커피는 물론 로스팅, 생두 그리고 다이렉트 트레이딩까지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커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쌓았다. 기업에서 나오기 직전에는 우리나라의 약 4600억 원 규모의 음료시장에서 절반 수준인 2300억 원 규모의 마켓을 다루면서 공부한 것을 적용하고 검증도 해봤다.
시장을 선도하던 그였기에 자연스럽게 이와 관련해서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사람들의 질문에 답해주고 또 많이 배웠다”고 말한 한미영 대표는 또 “이때의 경험이 또 하나의 공부와 경력이 되어 현재는 몇 건의 카페컨설팅도 진행 중에 있다”고 전했다. 열심히 노력해서 알게 된 노하우와 지식도 아낌없이 공유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얻게 되는 것도 있다. 처음부터 그렇게 해왔던 것처럼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며 자신을 채운다.
“오랫동안 몸 담아왔던 기업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바라기도 해요. 하지만 1차적인 목표는 전체적인 시장의 규모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에요. 또 중소기업이나 이제 막 시작한 신생업체의 경우, 높은 확률로 겪게 될 작은 시행착오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어요. 제가 이전에 겪었던 시행착오만큼은 겪지 않도록 도움을 드리고자 해요”
물론 이를 헤쳐나갈 역량이 있는 기업보다는 열정과 의지는 가득하지만 여유가 없는 작은 기업들에게 집중하고, 도움을 주고자 노력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한미영 대표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카페는 그저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자신의 실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맞춤형 컨설팅 그리고 카페운영에 필요한 마케팅이나 영업적인 부분까지도 충분한 교육을 제공한다. 큰 스케일이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들으면 들을수록 자신의 매장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복합적인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으로 나가기 전, 독립하기 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도록,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도와주는 듬직한 서포터로서의 상생을 꿈꾸고 있었다.

사소하지만 가장 디테일한
아띠제노스랩에는 그 이름처럼 들어서자마자 하얗고 청결한 느낌의 연구실을 만날 수 있다. 여러 장비들 사이로 4대의 솔닷 머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적은 용량의 솔닷 머신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한미영 대표는 “프로밧처럼 넉넉한 용량의 머신을 사용하면 매장 운영은 편할 수 있다”며 “하지만 만약 오늘 볶은 원두가 전부 팔리지 않으면 그만큼 신선도는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싼 원두와 정성을 들인 로스팅은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작물인 만큼 신선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닫고 있고, 이를 지키기 위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몇 시간씩 들여가며 로스팅을 하는 것이다.
“CoE원두라고 해도 오래되면 당연히 맛이 없어요. 신선한 원두를 다양한 방법으로 잘 볶으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더라고요. 매장에서 원두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에게는 직접 로스팅을 해보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자신이 로스팅한 원두를 드리기도 해요”
연구원 출신답게 한미영 대표는 고객들을 위한 간단하지만 핵심적인 부분을 짚어낸 질문지도 제작했다. 커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도 맛의 취향대로 선택하면 그에 맞는 원두를 추천하고, 로스팅까지 원하는 방향으로 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고객분들이 즐거워한다”고 말한 한미영 대표는 또 “다양한 커피의 맛을 느껴보고 고객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가 어떤 커피인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사실 신경 쓸 일이 많을 시기임에도 번거로운 로스팅 체험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커피시장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재밌어하는 사람들을 보며 즐거워하고, 커피를 그저 어렵게만 생각하거나 다양한 종류를 모른 채 맛없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며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면, 아띠제노스랩이 이토록 빠르게 주목을 받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고 싶었던 일을, 멋지게!
아직 여러가지를 실험 중이라고 말하는 한미영 대표의 말과는 달리 아띠제노스랩은 편하게 앉아서 메뉴를 즐기고 있는 고객의 모습이나 각자의 영역에서 착실하게 맡은 일을 해내는 직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운 좋게도 적성에 맞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었으니까요. 나름 만족스럽게 살아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실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완전하게 충족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이제는 하고 싶었던 걸 하면서, 멋지게 나머지 인생도 살면서 동시에 도와드릴 수 있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네요.”
특유의 인테리어로 천장에서 길게 늘어뜨린 꽃 모양의 조명은 아띠제노스랩의 트레이드 마크로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요소 중 하나다. 한미영 대표는 “이를 모티브로 플라워 형태의 음료를 첫번째 시그니처메뉴로 선보이고자 개발 중이다”며 “앞으로 차차 아띠제노스랩만의 시그니처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일에 승패가 있다는 의미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거워하는 사람이 가장 부럽다는 뜻은 아닐까? 여러 카페를 다니며 만난 사람들은 힘든 상황에서 버티기도 했고, 노력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즐기는 자도 있었다. 하지만 아띠제노스랩의 한미영 대표와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즐기는 모습이었다. “현실적인 한계에 타협하지 않고, 각자의 재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 한미영 대표의 말처럼, 언젠가 아띠제노스랩 출신의 바리스타, 파티시예, 쉐프들이 곳곳에 자신의 매장을 오픈한다면, 즐겁게 일하는 그들의 기쁨은 곧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행복이 될 것이다.

Location
경기 의왕시 백운로 144-7
031-457-9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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