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카페 [나만의 공간에서 내린 책임감 한 잔]


1인 카페
나만의 공간에서 내린 책임감 한 잔
 

Editor·Photo 정채영
 
혼자 있는 시간은 중요하다. 누군가와 함께일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들을 더 깊게 알 수 있고 내 감정과 내 생각에 보다 더 집중할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음식점에서 혼자 밥을 먹거나 카페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는 이들을 보기 힘들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지 않아 주변인들의 눈치를 보기 일쑤였는데, 최근 발생한 코로나19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이젠 혼자 여도 어렵지 않은 일상이 됐다.
집에서 혼자 밥을 해먹고 여럿이 모인 술집 대신 랜선 상에서 함께 잔을 들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더불어 나만의 홈 카페를 차려 각자의 온전한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이러한 불경기 속에서도 묵묵히 혼자서 매장을 이끌어나가는 1인 점주들이 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대신 오롯이 나 자신을 믿고 책임지며 하루하루를 만들어가는 이들. 그들이 혼자서 카페를 운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혼자 있는 시간’의 자유 속에서 외로움과 권태를 느끼진 않을까?
 
이번 호에서는 작은 매장이지만 커다란 책임감을 안고 묵묵히 혼자 카페를 운영하는 1인카페 대표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때론 무겁고, 때론 가벼운 마음으로 뽑아낸 그들의 에스프레소 한 잔. 그 속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 지 궁금하다.


 




좋아하는 디저트를 더 맛있게 바닐린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은 ‘리틀 포레스트’에 이은 대표적인 음식 힐링 영화다. 주인공은 핀란드의 자그마한 골목에 자신만의 감성과 철학을 담은 식당을 여는데, 고소하고 진한 드립 커피를 기본으로 날마다 그녀가 원하는 음식을 만들고 빵을 굽는다. 
‘카페 바닐린’은 카모메 식당을 닮았다. 고소한 커피와 함께 자신이 원하는 디저트를 스스럼없이 만드는 대표는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을 연상케 한다. 좋아하는 것을 만들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 4년째 혼자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Q. 카페가 굉장히 심플하면서도 따뜻하다. 컨셉이 있는지?
단순하고 심플한 느낌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카페라는 공간은 편히 쉬다 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에, 편안하면서 따뜻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한가지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다면 채광이다. 어두운 분위기보다 빛이 잘 드는 아늑한 느낌을 선호하기에 인테리어를 구상할 당시 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Q. 카페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카페를 오픈하기 이전에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틈틈이 카페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카페에서 힐링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연스레 ‘언젠간 나만의 카페를 오픈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1인카페를 계획했던 것은 아니고 준비하고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레 모든 걸 손수 해내게 됐다.  


카페 바닐린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로196번길 7-1 
031-902-3753 l @cafe_vanillin 





공간이 주는 특별함 살구다방

살구다방의 첫 인상은 인사동의 어느 갤러리 같았다. 고요한 재즈와 얌전히 놓여있던 도자기와 소품, 그리고 벽에 걸린 오묘한 색감의 그림들. 커피와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는 ‘카페로서의 살구다방’ 이전에 ‘한 공간으로서의 살구다방’이 있다. 직접 만든 소품들과 고요한 음악은 그녀가 이 공간을 얼마나 애정 하는지 알 수 있는 증거다.아이스크림이나 샐러드, 과일 화채나 잼 등 여러 재료로 쓰이는 살구처럼, 오늘도 문을 연 살구다방은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찾아오는 이들을 살갑게 맞이한다. 

Q. 카페 소개 및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엔 전공과 관련된 일을 했고 유난히 카페와 접점이 많아 우연한 기회에 2~3년 정도 개인카페에서 일을 하게 됐다. 지금 이 공간은 도자기 브랜드 here re(히어리)와 쉐어하고 있다. 예전에 취미로 도자기를 배우러 다녔는데 그 곳에서 선생과 제자로 연이 닿았다. 선생님은 쇼룸을, 나는 카페를 필요로 같이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결정해서 지금의 살구다방이 되었다. 

Q. 살구다방의 의미는? 
네이밍을 선택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친한 친구에게 나를 보고 떠오르는 단어를 말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 때 그 친구가 ‘살구’가 떠오른다며 넌지시 얘기해주었는데, 당시엔 살구 특유의 귀여운 이미지가 싫었다. 수첩에만 적어 놓고 보류하던 도중 틈틈이 계속 생각이 났다. 뇌리에 확 박히는, 잘 안 잊어버리게 되는 이름이 좋다고 생각해 살구다방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 선택했다고 느낀다. 


살구다방
서울 마포구 광성로6길 56
010-5456-1348 l @cafe_apricot_





한결같은 마음, 차별화된 디저트 same same

첫 인상이 주는 느낌은 매우 중요하다. 그 사람이 가진 고유의 분위기와 느낌 그리고 어조와 행동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기운. 처음 본 사이인데도 잠깐의 순간에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을 받는 사람이 있다.
아현동 아파트 단지 근처 언덕에 위치한 same same 대표와의 만남이 그랬다. 그녀의 상냥하고 싹싹한 인사와 살가운 표정은 그녀 자신 뿐만 아니라 카페에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내내 몸과 마음은 밝은 여운으로 가득했다. 

Q. same same의 뜻은 무엇인가?
오픈 전, 누구나 다 그렇듯 의미 있는 이름을 지으려 계속 생각했다. 그러나 괜찮다고 생각해 온 이름들은 이미 상표등록이 되어있었고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계속 고민하던 중, 글씨로 썼을 때와 말로 불릴 때 한 번에 알아듣기 쉽고 입에 잘 감기는 이름을 원했다. 그러던 중 쌔임(same)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고 ‘쌤쌤이다’라는 말이 귀여웠다. 단어가 가진 고유의 뜻에 ‘늘 한결같이 하겠다’라는 마음을 담아 ‘same same’이 됐다. 

Q. 카페를 오픈하게 된 계기는?
20살때부터 개인카페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서비스업에 대한 경험을 쌓고 커피를 배웠다. 본래는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학원을 다니며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나중에는 최종적으로 나만의 카페를 운영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카페 일은 약 4년 정도 했고, 그 후 오픈하기로 마음을 먹은 뒤엔 일사천리로 약 3개월 만에 카페를 오픈하게 됐다. 당시 어린 나이였고, 금전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가족과 은행 대출의 도움을 받았다. 


쌔임쌔임 same same
서울 마포구 손기정로 56 
02-6052-6713 l @samesamecoffee 




취향을 공유하는 찻집 차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봐주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인생의 크나큰 기쁨이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 속에서 굳이 애쓰거나 티 내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이 있다. 
‘차츰’은 그런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공감하고 위로 받은 그 마음을 앉은자리에 고스란히 남겨두는 것. 이곳을 찾는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함이다. 

Q. ‘차츰’은 어떤 공간인가?
커피보단 차(茶)메뉴가 주된 카페다. 차츰의 한글 뜻은 ‘차츰차츰 더 나아가자’라는 뜻으로, 살아가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차츰차츰 나아가자. 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한자 풀이는 차 차(茶)에 엿볼 츰(闖)을 써서 ‘차를 엿보다’, ‘차를 만나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차를 좋아하고 또 관심이 많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Q. 카페를 오픈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
이제 한 달 차다. 전공이랑 무관한 다른 일을 하면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카페에서 점차 일하는 기간이 길어지자 파트타이머에서 직원이 되었고, 일 또한 나한테 잘 맞고 재미있었다. 결국 하던 일을 접고 이쪽에 더 집중해 마침내 나만의 가게를 오픈하게 됐다. 친언니와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았는데, 셋이 함께 컨셉과 인테리어에 대해 의논하고 얘기를 나누며 소품부터 인테리어, 테이블 모두 셀프로 진행했다. 다만 금전적인 지원은 받지 않았다. 일찍부터 일을 시작해 열심히 저축했고 그 결과 지금의 차츰을 만들었다.


차츰 茶闖
서울 은평구 연서로22길 10-1
02-6082-6182 l @chachm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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