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Oro Program과 Oro Community Lot



소농과 스몰로스터의 상생을 그리는 대회

2019 Oro Program과 Oro Community Lot


Contributor E.Z.Yon (Los Angeles Coffee College 학장)

커피업계에 종사하시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공정무역(Fair Trade)이라는 개념을 들어봤을 것이다. 세계 최대의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는 자체 공정무역 프로그램인 (C.A.F.E. Practices)를 통해 전체 생두 구매량의 90%를 소화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또 다른 거대 기업인 네스프레소(Nespresso)도 생두 구매량의 절반 가량을 자체 공정무역 프로그램을 통해 구매한다. 우리나라도 카페쇼 등을 다니다 보면 많은 단체 및 기업들이 공정무역을 통해 생두를 구매하고, 소비자들도 공정 무역의 가치에 대해서 이전에 비해 많이 이해하고 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COE 심사위원을 시작한 2014년부터 중남미 산지를 다닐 기회가 종종 있었고, 농부들과도 친분을 가질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그렇게 만난 농부들 대부분은 커피 체리의 수확부터 펄핑과 건조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고, 그에 걸맞는 시설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들은 겉보기에 꽤 부유해 보였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내가 가지고 있던 농부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좀 의아하긴 했지만, 그때만 해도 나는 스스로 공정무역이나 COE 대회같은 노력이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상황을 이해했고, 대부분의 커피 생산자들의 삶 또한 내가 방문한 농장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후로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온두라스, 멕시코, 브라질 등 커피 산지를 지속적으로 방문했고, 좀더 좋은 커피를 찾아 점점 더 깊은 산으로 들어 가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만나게 된 농부들의 삶은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숙연해 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왜 그들은 열심히 일하는데도 가난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공정무역이나 COE 같은 제도가 농부들의 삶을 개선시키고 있는게 아닌 것일까?’,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희망을 줄 수 있을까?’

 
www.fairtrade.net

그들은 공정무역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가장 잘 알려진 FI(Fairtrade International)의 기준에 따르면 위와 같이 Washed Arabica coffee의 경우, 공정무역 최소 가격이 FOB 기준으로 $1.4/lb이다. 여기에 Fairtrade 프리미엄 $0.20/lb이 추가 되며, 유기농(Organic)커피에 경우 $0.30/lb가 또 추가되는 구조다. 이 기준은 2011년 4월부터 적용됐고, 유기농 Washed Arabica의 경우 공정무역의 혜택을 받는 소농의 경우 $1.9/lb를 받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몇년간 산지를 다니면서 공정무역의 혜택을 받고 있는 농부들을 만나봐도 그 만큼의 액수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FI에 의해 정해진 가격은 FOB 가격으로, 이는 구매자가 소농을 대표하는 협동조합내지 수출업자한테 지불하는 금액이었다. 협동조합과 수출업자는 프로세싱 공정과 포장, 운반비, 기타 운영비들을 제하고 소농들에게 잔액을 지불하는데, 공제금액이 15~30% 수준이기 때문에 소농들은 실제 FI가 정한 최소 공정가격을 받는 것이 불가능했다. 심지어 상황에 따라서 첫번째 구매자인 협동조합과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이득이 더 많이 돌아가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특히, 이번에 Oro대회를 열게 되는 온두라스 소농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정무역의 혜택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으며, 실제로 그들이 중간업자에게 커피를 판매해서 받는 금액이 $0.45~0.70/lb라는 사실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는 현재 C-Price의 절반 정도에 미치는 금액으로, 이 금액으로는 농사를 위해 은행과 중간상인에 빌린 자금을 갚지 못하는 것은 물론, 빚만 지고 커피밭을 뺏기거나 농사를 접는게 현실이었다.



스몰로스터들의 한계
반면, 한국 등 커피 소비지의 상황을 보면 스페셜티커피의 보편화로 어느 동네에서나 작은 규모의 로스터리 카페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게 됐다. 각자 본인만의 색깔을 내고자 노력하지만 대부분의 카페가 생두의 소싱(Sourcing)을 소수의 커피 수입업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간판만 다를 뿐, 비슷한 맛을 내는 것 또한 현실이다. 즉, 스몰로스터들은 다품종 소량을 가지고 고객들에게 어필하고자 하지만 직접 산지를 방문해 필요한만큼의 커피를 구매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소농과 스몰로스터의 만남
오로 대회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소농과 제한된 자본을 가졌지만 다품종 소량의 생두가 필요한 로스터들의 만남의 장’이다. 대회 준비과정을 살펴보면, 소농들은 파치먼트 상태로 3-15 bas(60kg기준)을 제출한다. 이후 샘플 처리 과정을 거쳐 온두라스 자국내 심사위원들이 National Round를 치뤄서 Top50 커피를 국제 심사위원들에게 넘긴다. 그러면 국제 심사위원들은 International Round 거치면서 Top10 커피와 나머지 커피의 최종 점수와 등수를 정한다. Oro Program의 또 다른 특징은 International Round 직후 On-site 옥션을 통해 구매가 바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때 Top10 커피는 옥션 최저가가 $3.5/lb이며, Top 10을 제외한 커피는 $2.5/lb을 최소가격으로 시작한다. 마지막 날에는 본인이 구매한 커피의 농장을 방문하여 농부들과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




작년 2018년의 경우, International Round에 올라온 커피 중에서 70%가 참가한 10개국 22명의 심사위원들에게 판매됐다. 즉, 본선에 올라온 커피의 30%가 팔리지 못했고, 이를 출품한 소농들은 매우 안타까워했다. 이를 보완하고자 올해 Oro Program의 주최측인 Oro Group은 옥션을 통해 팔리지 못한 빈들을 모아 ‘Community Lot’ 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자체 구매 후 Cropster등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재판매할 계획이다. 오로 대회를 통해 10만 가구가 넘는 모든 온두라스의 커피 농가에 혜택을 줄 수는 없지만 National-wide대회가 아닌, 지역(Region)에 초점을 두고 있는 대회로 점차 지역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한 명이라도 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서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주는 것이 Oro Program의 목적 중 하나다.



오코테페케와 산타바바라
2019년 오로 대회는 오코테페케(Ocotepeque)와 산타바바라(Santa Barbara) 두 지역에서 열리게 된다. Oro de Ocotepeque는 4월 30일부터 5월 4일에 개최된다. 오코테페케는 온두라스의 서쪽 끝에 위치해 있으며, 일관성 있는 커피 품질을 자랑한다. Micro Lot를 가지고 하는 행사지만, 행사 이후 다량의 스페셜티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Oro de Santa Barbara는 5월 14~18일까지 개최된다. 작년에도 대회를 진행한 바 있는 산타바바라 지역은 온두라스에서 가장 많은 커피를 생산하는 유명한 커피 산지다. 그만큼 커피 인프라가 잘 형성되어 있고, 많은 소농들이 정성스럽게 커피를 생산하고 있어 다양성에 중점을 둔 심사위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지역이다.
참가를 원하는 예비 심사위원분은 www.orogroup.coffee에서 심사위원 지원서를 제출해야 하며, 심사위원으로 선정되면 초대장을 발부할 예정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


 
자세한 내용과 이미지를 월간<커피앤티> 3월호(206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