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 Tea 독일에서 만난 터닝포인트

독일에서 만난 터닝포인트
티마스터를 향한 도전 (7)
Reporter 박은애(티엘츠 대표)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 체험이 때로 그들에게 가슴 뛰는 꿈을 꾸고, 실천하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처럼, 나에게도 우연한 박람회 참관이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6년 전, 커피와 관련하여 독일을 방문했을 당시, 나는 머릿속으로 아직 답을 구하지 못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었다. 물론 독일에서 그 답을 찾으리라는 기대감도 없었다. 그때의 일정 중 커피 박람회 참관이 있었고, 깜깜한 새벽에 기차를 타고 6시간이나 걸려 독일의 북부 함부르크로 갔었다.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COTECA Messe는 2년마다 개최되는 커피, 티, 코코아의 산업 박람회다.



커피로스터 회사 및 생두 공급업체, 포장 패키지 업체 등이 참가하고 있었고, 정말 놀라웠던 것은 대부분의 앞쪽 메인 부스를 티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던 점이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다양한 티들이 화려하게 전시되어 있었고 그 전시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전혀 알지 못했던 독일의 티 산업의 규모를 가늠케 했다. 나는 문화적 충격을 느꼈던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너무나 흥미롭고 흥분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능한 많은 부스에서 티를 테이스팅하고 그 재료들을 살펴보았다. 종류가 어마어마했다. 블렌딩 재료는 그 경계가 없었다. 바질, 당근, 후추, 팝콘, 초콜릿 조각 등 티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하거나 혹은 상상하지 못한 범주의 것들이었다. 맛의 퀄리티도 놀라웠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의 넓이가 이처럼 크기 때문에 언제나 겸허한 자세로 가슴 뛰게 즐기며, 공부해야 함을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어제의 일처럼 생생한 기분이다.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했던 그때를. 내 삶의 터닝포인트였다.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으며, 몸과 마음에 이로운 것, 미래에도 여전히 그 가치가 높을 일, 나는 우연히 그 먼 곳에서 해답을 찾은 셈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때를 계기로 독일에서 티를 공부하게 되었다. 박람회의 경험으로 보아 티제조 기술력에 대단한 신뢰를 가지게 되었고, 나의 관심도 티제조 산업에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곳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그 2년 후 나는 다시 함부르크 박람회를 참관했다. 그즈음에는 왜 그러한 박람회가 함부르크라는 도시에서 열리는지, 이 도시를 다시 탐구하는 여유가 조금 생기고, 이전과는 다른 나의 시각과 즐거움 있었던 것 같다.

함부르크는 독일 북부의 경제 중심지이며, 독일 최대의 항구도시다. 그래서 티의 원재료와 커피생두, 카카오 등이 모두 이곳을 통해 들고 나게 된다. 전 세계 상사들이 이곳에 모여 있으며 세계 각국과의 수입과 수출이 이루어지는 시작점이니, 그 경제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독일 전체에서 1인당 주민소득이 1위의 부자동네라고 할만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분위기의 도시다.
실제로 함부르크와 그 인근 도시인 브레멘 등에는 크고 작은 티 제조사가 많다. 박람회에서의 인연으로 함부르크에 있는 티 제조사들을 직접 찾아가 상담도 해보고 수백 가지의 샘플들을 테이스팅 해보기도 했다. 200~300년 역사를 가진 티 제조사들의 안정된 관리 시스템과 제조 기술력,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등을 이해할 수 있었고, 나에게 좋은 목표 설정이 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갔던 COTECA는 훨씬 더 다채롭고 볼거리가 많았다. 티를 응용한 베리에이션 음료들이 더 풍부해졌다. 우리나라의 티백 제조기계를 만드는 업체의 부스도 있었고, 우리 녹차를 만드는 다원의 부스도 만날 수 있었다. 이 먼 곳을 참가한 그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올해도 2018.10.10~10.12까지 함부르크에서 박람회가 열린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곳에서 또 다른 누군가는 ‘희망’으로 설레게 되리라 믿는다.

독일에서 커피세미나를 듣고, 오랜 전통을 가진 유명 베이커리에서 디저트 실습을 하기도 하고, 여러 음식들을 맛보기도 하는 등 정말 다양한 경험들을 했다. 이것들은 사실 티를 공부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호하는 향미를 찾아 현장에 적용해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영감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운이 좋았는지 커피세미나를 해주었던 ‘올가’라는 친구는 독일의 와인 소믈리에와 함께하는 콜라보레이션 수업을 받을 기회를 주었다. 그의 집안은 모젤강 유역에서 대대로 리즐링 와인을 만들어 왔다고 했다. 독일은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품종인 리즐링으로 유명한 나라이다. 와인전문매장이 아니더라도 마트에서도 질 좋은 리즐링 와인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유럽 내에서도 독일은 물가가 안정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에 만원이면 괜찮은 와인 한 병과 신선한 치즈, 사과 한 팩은 충분히 살수 있어, 작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와인도 차만큼이나 섬세하기 때문에 향미를 공부하다 보면 유사함이 많아 더욱 즐겁다.
나는 모젤강 주변의 코블렌쯔의 오래된 카페에서 평온하게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소박한 케이크 한 조각과 차를 마셔 보기도 했고, 저녁 무렵이면 초여름 시원한 바람이 부는 작은 고성(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는)의 레스토랑에서 젝트를 마셔보기도 했다. 나만의 ‘향미 여행’은 ‘호사’로 기억되며, 마치 꿈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젝트는 독일의 ‘스파클링와인’의 명칭이다. 가격대도 저렴한 편이어서 독일 국민들에게는 맥주처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이기도하다. 잘 만들어진 젝트는 리즐링 특유의 레몬 계열의 청량한 과일향이 난다. 기분 좋은 탄산감과 함께 수줍은 로맨틱함을 안겨주는 것 같다.
인도의 다즐링차를 왜 ‘차의 샴페인?이라고 부르는지 너무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봄 시즌의 다즐링은 언제나 신선하고 풋풋하며, 때로 잘 익은 살구의 느낌을 주며, 수줍은 아가씨를 닮아 있다고 나는 늘 느낀다. 어느 순간엔가 좋아서 열심히 하는 나의 일이, 일을 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문을 하곤 한다. 여유없이 빨리 무언가를 이루어 내고 싶어서 스스로를 쫓기게 했던것 같다. 충분히 그 과정을 향유하며, 진심으로 이러한 위대한 자연의 산물에 감사함도 느껴가며 사는 도 좋을 것이다.
오늘은 저녁 바람이 좋으니, 기분좋은 스파클링와인을 마시고, 내일 아침에는 다즐링 홍차를 마셔야겠다. 그렇게 가볍고 신선한 느낌으로 이 여름을 맞이 해야겠다.